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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어떤 길 택할까)-내 인생의 책-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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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내가 어릴 때 가장 감명 받았고 또 오랫동안 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책 한 권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학생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손꼽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은 아동용 만화로는 물론이고, 영화로, 뮤지컬로 너무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다 아는 책이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일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촛대를 훔쳐 달아난 장발장을 붙잡아온 경찰에게 미리엘 주교는 그 촛대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주었다고 둘러대는 장면부터 시작되는데, 가난, 속임수, 사랑, 인간애, 혁명, 성공, 배신, 그리고 신뢰 등 인간사회에 일어나는 현실들을 재미있게 엮어가는 것은 말할 것 없고, 군데군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배운 것이 없어 도둑질 말고는 먹고 살아갈 방법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본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이 위고의 사상이다.

사실 이 사상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의무교육을 실시하게 되었고 뒤이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무교육을 제도화했다.

장발장이 총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들쳐 업고 지하도를 따라 도망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파리에는 이미 150년 전에 하수도와 지하도가 정비되어 있어 도시의 위생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분뇨를 논밭의 한켠에 모아 썩혀서 퇴비로 사용하는데 비해 프랑스는 분뇨를 그냥 바다에 내버려 해양을 오염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고는 상원의원 시절 "유럽은 한 민족이며 한 가족이다.

유럽 합중국이 되자. 유럽대륙의 돈은 한가지여야 한다"고 주창했었는데, 이는 유로화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위고의 삶과 위고가 말한 경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세상이 엄숙하면 할수록 그만큼 유머는 더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

첫째는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이요, 둘째는 인간과 사회와의 싸움이요, 셋째는 인간과 자신의 마음과의 싸움이다"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며, 모든 날의 문제는 죽는 것이다" "짧디 짧은 게 인생이다.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면 인생은 더 짧아진다".

1885년, 위고의 83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가 파리 컨티넨털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나 위고는 지친 노인으로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돌아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을 향해 떠나면서 주최자의 손을 잡고 사과하듯이 말했다.

"이런 잔치에 참석하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소".

이재규(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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