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북한 선수단 어떻게 맞을까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는 지금 행사 준비며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해지고, 대회를 기념하는 여러 문화·예술행사들이 이미 속속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구가 세계 속으로 웅비해야 한다는 기대와 각오를 가진 채 달구벌 땅은 서서히 축제 분위기 속으로 젖어들고 있다.

북한에서도 지난해 부산 아시안 게임에 이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달구벌 땅에서 다시금 펼쳐질 통일 축제의 한마당을 그려본다.

지금 남북간의 교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문화, 예술, 스포츠 방면은 물론 경의선 철도 연결과 개성공단 공사 착공과 같이 경제 방면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 군사 방면의 남북관계는 여전히 긴장 속에 있다.

특히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제적 문제로 비화되어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한편, 남북갈등은 이제 남한 내 대북 인식을 달리하는 두 진영간의 남남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통일로 가는 길에 있어서 남남갈등이 남북갈등보다 오히려 더 풀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울러 우리 대구·경북 지역이 남남갈등의 중요한 한 당사자임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서 한번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통일은 글자 뜻에서도 나타나듯 그냥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합해져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하나와 하나가 합해 둘이 되는 것이 상례이지만, 그만 하나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 둘이 아니라 셋, 넷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진정한 통일, 바람직한 통일은 이 중 어느 것일까? 결국 통일은 그냥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합해져서 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내가 옳고 네가 옳고를 따지며 옥신거릴 때 우린 한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거나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령 100년 후의 시점에서 지금을 바라보면 어느 것이 옳고 틀린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한결 쉬울 때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보고 바로 역사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한달 여 후면 '북한사람'들이 대구로 몰려온다.

대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 대구·경북 시민들은 분명히 뜨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대구·경북사람들의 마음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는 과연 지금 그들을, 우리와는 많이 다른 '북한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는 '대구병'이라는 말이 한 차례 돈 적이 있다.

대구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그래서 대화가 없고 다양성이 없는 침묵의 도시, 변화와 발전의 희망을 가지지 못한 채 죽어 가는 도시라는 중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혹시 지금 우리 대구·경북은 마음속에서 남북은 물론 동서를 가르고 경남·북을 가르며 심지어 대구와 경북을 가르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갈라진 마음으로는 통일을 이루지도 못할 뿐더러 설사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그건 불완전한 통일밖에 되질 않는다.

얼마 후 우린 '북한사람'을 맞아 뜨거운 민족 감정으로 환호도 하고 응원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칫하면 말 그대로 한마당의 축제로 끝나 버릴 수 있다.

통일로 가는 길은 축제의 들뜬 마음만으로는 갈 수 없으며, 한두 마당으로 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차분히 돌아앉아 갈라진 마음을 이어 붙여 우리와는 다른 그들을 인정하는 마음을 가꾸면서 참다운 만남을 준비하는 것일 게다.

지구상에서 통일을 이뤄내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명심하면서 말이다.

홍원식 계명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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