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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부모랑 자녀랑-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나무꾼과 도깨비)

옛날 옛적 어느 산골에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어. 날마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갖다 팔아서 겨우겨우 먹고 살았지. 하루는 장에 가서 나무 한 짐을 팔아 돈 서 푼을 벌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모퉁이를 딱 도니까 글쎄 뭐 시커먼 것이 앞을 턱 막아서더래. 가만히 보니까 키는 서 발 장대 만하고 얼굴이 붉고 험상궂게 생긴 것이 틀림없는 도깨비지 뭐야. 도깨비가 절을 굽실하면서,

"서방님, 돈 서 푼만 꾸어 주십쇼". 하는데, 안 꾸어 줄 수 있나. 꾸어 줬지. 그 날 번 돈 서 푼을 몽땅 도깨비한테 꾸어 주고 그냥 빈손으로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왔지, 뭐.

그러고 나서, 그 이튿날 저녁이 됐어. 나무꾼이 방 안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누가 자꾸 부르더래. 문을 열고 내다보니, 아니 이게 누구야. 어제 돈 서 푼 꾸어 갔던 그 도깨비가 왔네.

"서방님, 어제 제가 돈 서 푼 꾸어 가지 않았습니까? 그것 갚으려고 왔습니다".

이러면서 돈 서 푼을 내놓고는 인사까지 싹싹하게 하고 돌아서 가거든. 허, 그 도깨비 참 경위도 바르지. 나무꾼이 돈 서 푼을 받아 가지고, 당장 쓸 일이 없으니까 그냥 항아리 안에 넣어 뒀어.

그래 놓고 그 다음날 저녁이 됐어. 나무꾼이 방 안에 앉아 있는데, 또 밖에서 누가 자꾸 부르더래. 내다보니 그 도깨비가 또 왔어.

"아니, 자네 웬일로 또 왔나?"

"웬일이라뇨? 꾸어 간 돈 서 푼 갚으려고 왔지요".

또 돈 갚으러 왔다네, 글쎄. 어제 갚지 않았느냐고 해도 그런 적 없다면서 부득부득 돈 서 푼을 내놓고 가거든. 가만히 보니까 이 도깨비가 아주 잊어버리기를 잘 하나 봐. 그런데 제가 꾼 것은 도무지 안 잊어버리고 갚은 것은 그 족족 잊어버리는 모양이야. 그러니 어제 돈 갚은 걸 그새 잊어버리고 또 갚으러 왔지.

아니나다를까, 그 이튿날 저녁이 되니 도깨비가 또 찾아왔어.

"아니, 왜 또 왔어?"

"왜라뇨? 꾸어 간 돈 서 푼 갚으려고 왔지요".

이러면서 부득부득 돈 서 푼을 내놓고 가네. 허 그것 참.

그 다음날도 그러고, 또 그 다음날도 그러고, 날마다 저녁만 되면 도깨비가 찾아와서 돈 서 푼씩 주고 가거든. 나무꾼은 도깨비가 준 돈을 항아리에다가 차곡차곡 모아 놨어.

그렇게 한 삼 년 지나니까 항아리에 돈이 가득찼어. 가난하던 나무꾼은 그 돈으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해서 아주 부자가 됐지.

그러고 보니 날마다 찾아오는 도깨비가 귀찮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하루는 나무꾼이 도깨비한테 물었어.

"자네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가?"

"우리 도깨비들은 말 피를 제일 무서워하지요. 사람들은 뭐가 제일 무섭나요?"

"우리 같은 사람이야 그저 돈이 제일 무섭지".

그래 놓고 그 이튿날 문간에 말 피를 잔뜩 뿌려 놨어. 그랬더니 도깨비가 집에 못 들어오고, 밖에서 무얼 자꾸 마당 안으로 던져 넣는데, 그게 뭔가 하면 죄다 돈이야

"에잇, 나쁜 영감님 같으니. 어디 무서운 돈 맛 좀 봐라". 하면서 자꾸자꾸 돈을 던져 넣는데, 그게 다 말 피 뿌려 놓은 앙갚음으로 그러는 거지. 그래서 영감님은 더 큰 부자가 돼서 잘 살았더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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