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제헌절과 정대철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5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참석했다.

헌법의 존엄성과 법률 준수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정 대표는 박관용 국회의장,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환담하고 헌정회원 등 원로정치인, 강금실 법무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잇따라 만났다.

굿모닝게이트와 관련, 검찰이 정 대표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18일 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면 법대로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해둔 상태였다.

정 대표가 타고난 낙천가인지는 모르지만 16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의 표정도 밝았다.

검찰 수사로 정치적으로는 물론 인생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사람같지 않았다.

법을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하는 공당(公黨)의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미 알려진 대로 신당문제와 신특검법이었다.

이 중 신특검법은 야당 의원의 의결로 이미 결론이 났다.

남은 것은 신당인데 18일 조정기구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최후통첩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간접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당 진로 조정기구'는 18일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공교롭게 검찰이 최후통첩한 시각과 꼭 같다.

신구주류가 우선 대화는 시작했지만 결론을 얻기는 무척 힘들 전망이다.

신당을 DJ정권 시절 실세를 청산하려는 음모로 보는 구주류와 이번이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보는 신주류의 시각차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뜻도 된다.

검찰이 통보한 출두시한에 출두를 거부하고 당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협상을 주재하는 여당 대표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혹 '정치인이니 다 그렇지 뭐'라며 정치 불신의 골이 더 깊게 패는 것은 아닐까.굿모닝게이트가 터진 뒤 민주당 신·구주류와 한나라당까지 나서 정 대표를 감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신·구주류는 신당 세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서이고,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데다 굿모닝 게이트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서란 풀이가 나오고 있다.

어떻든 자기 이해에 따라 범법을 감싸는 모습은 국민의 눈에눈 볼썽 사나울 수밖에 없다.

정 대표가 제헌절 경축식에서 묵념을 올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최재왕〈정치부〉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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