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통과 방식 논란 '제자리'

'5.8㎞ 박스형 지하화냐, 29㎞ 직선 완전 지하화냐?'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 방식 결정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백승홍 국회의원 주선으로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관련 설명회에서도 똑같은 논란은 되풀이됐다.

◇쟁점은 무엇?=경부고속철 대구 통과 방식 결정은 10여년 끌어온 해묵은 과제이다.

당초 건교부는 대구구간을 지하로 직선 통과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경부선 일반철로를 같이 이용하는 지상 통과로 방향을 바꿈으로써 혼란이 생긴 것.

대구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물밑으로 밀려 들어갔던 이 문제는 서울-대구 구간 1단계 개통일이 내년 4월로 닥쳐 2단계 건설 일정이 촉박해지자 다시 부상했다.

이에 정부는 29㎞ 직선 지하화 가능성을 다시 제시했고, 일반철로를 따라 일부 구간을 지하화해 고속철로를 건설하는 방안도 선택항으로 제시했다.

대구로서는 최소한 '본전'은 확보해 놓은 셈.

5.8㎞ 지하 박스화안은 경부선 일반철로 해당 구간까지 함께 지하화하자는 제안이다.

고속철 건설을 계기로 기존 경부선 철로로 인한 도심 양분 문제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

그러나 고속철 대구 통과 방안을 연구해 온 건설교통부 산하 교통개발연구원 측은 5.8㎞ 지하박스화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공청회에서는 이 방안의 가능성을 배제했으며, 18일 열린 시의회 설명회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내보였다.

이창운 연구실장은 "5.8㎞를 지하박스로 건설하면 선로에 급구배(급경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화물 수송에 지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적.기술적 종합평가 결과 29㎞ 직선지하화가 가장 좋은 1순위라고 말했다.

반면 5.8㎞ 지하박스화안에 집착하고 있는 백승홍 의원은 견인기관차를 두 대 달아 화물차를 운행하거나 보조기관차를 다는 방법으로 급구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화물차 운행 횟수에 제약을 줄 수 있다'며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백 의원은 동대구역 높이를 5m 정도 낮추는 방법으로 급구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으나 연구팀의 김형목 대한컨설턴트 전무는 "그럴 경우 동대구역에서 갈라지는 대구선 등의 운행이 공사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고 동대구역과 같은 또하나의 임시 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운 실장은 '동대구역을 5m 낮출 경우 추가 사업비만도 7천억~8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다 5.8㎞를 지하박스화할 때는 신천 안전성이 또 문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있다.

공사 기간 중 신천 바닥이 최소 90cm 가량 높아진다는 것이 교통개발연구원 측의 주장인 것. 따라서 국지성 폭우가 발생할 경우 수위 상승으로 신천이 범람할 위험성이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침묵=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 방안을 놓고는 대구에서조차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대체로 정치권은 5.8㎞ 지하박스화를, 지역 학계는 29㎞ 직선지하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 18일 있은 설명회에서는 시의원.구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때문인지 대구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건교부는 대구시의 입장을 19일까지 정리해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것이다.

29㎞ 지하직선화를 내심 지지하고 있으나 지역 정치권과의 관계를 의식해 그같은 견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백승홍 의원은 "5.8㎞ 지하박스화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철도청으로부터 들었다"며 "이제 대구시 의견만 5.8㎞로 나오면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대구시가 5.8㎞ 지하박스화안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건교부에 제시하지 않을 경우 대구시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고속철 통과 방식이 결론 내리기 쉽잖은 문제가 되자 공청회 또는 여론조사를 통해 결론짓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엇갈리는 판에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시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에도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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