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주5일제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안을 수용키로 하자 식당, 술집 등 서비스업과 재래시장 상인 등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영세 개인 소비상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이들은 "현재 진행중인 근로시간 단축논의를 노동단체 등 제목소리를 낼수 있는 '집단'만 바라보는 사시적 정책"이라며 "소외받는 '개인'들은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울상을 짓고 있다.
포스코 본.계열사와 INI스틸 등의 주도로 전국에서 주5일 근무제가 가장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는 포항에서는 공단업체들의 격주 토요 휴무제 도입 초기인 지난해 초부터 식당과 술집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소의 매출이 줄기 시작해 완전 주5일제로 확대된 지난달부터는 매출부진이 확실하고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오랜 명성을 지켜온 ㄱ.ㅊ 일식집이 최근 문을 닫았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인수자를 물색중이고 유명 고깃집 ㅎ.ㅇ.ㅁ 등은 수십년간 운영해오던 주인들이 최근 바뀌었다. 죽도시장과 북부.송도.도구.구룡포 등 유명 해수욕장을 끼고 성업했던 횟집들도 여름 제철을 맞았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뜨내기 상대로 겨우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죽도시장에서 20여년째 횟집을 하고 있는 김모(57.여)씨는 "철강공단 경기는 아직도 호황이고 단골 대부분은 법인카드 사용자여서 경기흐름과는 큰 관계가 없는데도 발길이 크게 줄었다"며 "토요휴무제 이후 가장 손님이 많던 금요일이 가장 한산한 날이 됐고 영업일수도 월∼목요일의 4일간으로 줄었다"고 했다.
각 동네마다 있는 재래시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금요일 밤시간을 이용해 대규모 소매점(할인매장)에 산책을 겸한 쇼핑과 인근 대도시로의 원정쇼핑이 주말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가뜩이나 한계상황을 맞은 재래시장은 주5일제 여파로 설자리를 완전하게 잃게 됐다는 시장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포스코 이모(38) 과장은 "금요일 밤 대구나 부산으로 가서 심야영화 보고 24시간 할인매장에서 밤샘 쇼핑도 하는 속칭 '금요일 올빼미'가 직장인들 사이에 보편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매출부진은 결국 외지에 본사를 둔 백화점과 대규모 소매점의 매출만 올리거나 원정쇼핑을 부추기면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심화시키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소비산업을 대책없는 몰락의 길로 내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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