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우물'파는 사람들-민물참게 양식 성공기

다니던 병원일도, 편한 도시생활도 마다하고 가족들과 함께 한적한 시골구석에 틀어박혀 5년째 민물참게 양식에만 몰두해온 학사농군 권철(40)씨.

충남 대전에서 태어나 한남대 수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권씨가 영천에 온 것은 12년전인 지난 91년. 병원 응급실장으로 8년간 근무하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이 지겨워졌고 흙냄새나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갈망을 느낀 권씨는 99년 병원을 그만두고 민물참게를 기르기로 작정한다.

99년초부터 권씨는 강원도, 전라도를 비롯해 경남 하동 등 전국 각지의 민물참게 양식장을 찾아다니며 양식기술을 익히려고 했다.

그러나 양식업자들이 자기들의 노하우를 섣불리 가르쳐 줄 리 없는 일. "국내 모든 도서관에서 민물참게 관련서적을 탐독하고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서를 찾아다녔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답답했고 한 때 포기할 마음까지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울진의 내수면어업연구소에서 받은 자료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어렵사리 민물참게 양식법을 배운 권씨는 99년 여름 영천 고경면 창하리의 논 400평을 세 내 민물참게 양식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수질오염으로 참게들이 집단 폐사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2000년 창하리보다 토지와 수질이 더 좋은 곳에 양식을 시도했으나 또 실패했다.

원인을 곰곰이 분석한 권씨는 참게에게 주는 먹이와 먹이를 주는 방법, 참게의 생태에 대한 연구부족이 실패의 원인임을 알아냈다.

"참게의 먹이로 배합사료는 일절 쓰지않고 다슬기, 올챙이, 미꾸라지 등 자연산 먹이만 사용했고 먹이도 물에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육장(인공연못)의 가장자리 땅에 던져주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2001년 처음으로 민물참게 양식에 성공하면서 권씨는 그동안의 투자금을 빼고도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등 찝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2002년 지역에 불어닥친 태풍 '루사'의 비바람은 참게양식장을 모조리 휩쓸어 버렸고 권씨는 한꺼번에 양식장이 통째로 날아가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권씨는 또다시 역경을 이겨냈고 지금 북안면 유하리 1천600평 부지, 600평규모의 인공못에 민물참게를 양식하고 있다.

이곳에서 양식된 민물참게는 섬진강유역 식당가에 참게찌개용으로 전량 공급되고 권씨는 그 대가로 섬진강의 자연산 참게로 담은 민물참게 간장게장을 받아 시중에 내다판다.

"그동안 수없이 시도해봤지만 양식한 민물참게로는 맛있는 간장게장을 담글 수가 없었어요. 결국 양식 참게를 찌개용으로 공급하는 대신 자연산 민물참게 간장게장을 그만큼 받아와 장사하는 거지요".

작년 4월 경북도로부터 친환경분야 아이디어 및 신기술개발로 벤처농업인으로 지정된 권씨는 현재 부인, 자녀와 함께 양식장 인근 외진 곳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면 바깥으로 이사나가 살 작정이다.

연락처 018-533-3302.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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