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니임! 복날 보신탕 묵고 힘내세여~".
평소 아끼는 제자로부터 받는 모바일 메시지인데도 마음은 영 찜찜하기만 하다.
'묵고'라는 예삿말도 그렇고 '힘내세여'는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공대말 같지 않다.
물론 이 메시지를 보낸 제자가 이런 내 마음을 알 턱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있지만 상대방이 없는 일방형 인터넷문화에 익숙한 결과다.
익명성을 인정하는 인터넷문화가 언어의 사용에 대해 무제한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언어의 선택과 배열이 전혀 다른 현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탓이다.
요즈음 황색저널리즘의 뉴스헤드라인도 마찬가지다.
사건사고의 실제내용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대중을 현혹한다.
'황수정과 박진영이 초특급 모바일 프로젝트 진행'이나 '신현준-손태영 또 다시 삼각관계?'와 같은 보도가 대표적이다.
미디어섹스란 인간의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섹스행위가 미디어를 매개로 문자 또는 영상을 통해서 묘사되는 것. 미디어가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주된 자극제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한 여배우가 재기를 위해 새로운 매니지먼트를 구하는 것이나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연인들의 헤어짐이 미디어섹스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보통의 이야기가 황색저널리즘의 언어사용을 통하면 미디어섹스로 둔갑하고 만다.
PLO군인들이 이스라엘 비행기를 납치했을 때 한쪽에서는 '무장테러리스트'로 불리지만 다른 쪽에서는 '해방전사'로 바뀌는 것과 같다.
성적추문과 연관된 여배우와 '성담론'을 음반판매의 주요 마케팅으로 삼는 듯한 남자가수의 매니지먼트를 앞세우면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대상이 된다.
두 남녀배우의 예사로운 이별이 S양이라는 이니셜을 등장시키면 강력하고 직선적인 성적흥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어가 현실을 구성한 결과다.
언어의 사용에 따라 전혀 다른 언어외적사건을 구축하는 탓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 보는 것'이 되는 세상이다.
대경대 방송연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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