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전문간호사 김차자(48)씨는 늙고 병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집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는 한모(88·대구시 남구 대명10동)할머니가 요즘 장보러 나가는 모습을 볼때 흐뭇한 웃음이 피어난다.
이 할머니는 다른 환자를 방문하기 위해 들렀다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혈압체크와 당뇨검사를 해준 게 인연이 되었다.
당시 할머니는 당뇨수치가 너무 높아 병원에 바로 의뢰하여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했다.
그 후 관리 대상가구로 등록, 운동과 식이요법을 일러주며 바깥 출입을 권하고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표모(67·대구시 남구 대명1동)할머니도 가정간호사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가 있는데다 홀몸노인인 할머니는 소변백 및 도뇨관 교체 걱정은 사라졌다.
한달에 1, 2번씩 방문하는 가정간호사가 도와줘 이젠 혼자 일어나 앉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대구시 남구 보건소 대도시 방문보건사업팀은 그늘진 이웃을 찾아 도움을 주는 조직중 하나이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보건소가 아닌 관내 의료급여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모자세대 등이다.
또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질병을 안고 사는 차상위 계층도 보호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돌봐야할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순서를 정해 달려 간다.
당뇨병이 심한 할아버지, 무릎관절 통증으로 바깥 출입이 불가능한 할머니, 뇌졸중으로 쓰러진 전신마비 장애인 등 환자들의 증세도 다양하다.
기본간호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찾아내 구청 등 관계기관이나 자원봉사자와 연결시켜주거나, 보건교육, 경로당 순회방문도 가정 전문간호사가 챙기는 부분이다.
남구보건소 6명의 가정전문간호사가 돌봐야 할 가구는 8월 현재 등록가구만 930가구, 3천618명에 달한다.
이중 집중관리 60가구, 정기관리 600가구, 수시·추후관리 270가구 등으로 분류된다.
올 3월부터 시행된 대도시방문보건사업은 전국 242개 보건소 중 대구시 남구·서구보건소 등 전국 14개소가 시범보건소로 선정돼 의료취약계층의 밀착 방문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가정방문을 통해 필수적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취약계층의 자가건강관리 모형개발을 위한 방문보건사업'으로 선정된 대구시 남구의 경우 노령화(65세 이상 인구)는 대구지역 평균 6.7%를 넘어 8.5%의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노인 만성질환 등의 의료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셈이다.
유영아 보건소장은 이에 대해 "가정전문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족 같은 따스한 손길이 우선 요구된다"면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힘든 차상위 계층의 일반가정 환자까지 방문간호를 확대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남구보건소 자문위원인 정문숙 경북대 간호과 교수는 "인구 노령화 추세 등 필수 보건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는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스스로 질병관리를 할 수 있는 자가모델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며 "현재 등록된 930가구가 순차적으로 자가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문보건사업의 역할이 지역 주민의 건강향상에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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