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평생 못잊을 대구

내가 한국에서 가진 기억중 가장 아름다운 기억 하나를 꼽으라면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과 지난해 모든 한국인들을 하나로 묶은 2002 한일 월드컵대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것을 들 것이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또 월드컵은 세계적인 대회이니 만큼 내가 살고, 공부하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의 열기를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학교가 아닌 실 사회에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느끼고 싶어 자원 봉사를 택했다.

이 경기들을 통해 보여준 한국인의 저력은 정말 대단했다.

경기결과 뿐 아니라 온통 한국을 붉게 물들이고 응원단이 손수 응원한 장소를 깨끗이 치우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기도 하고 그런 시민 의식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있어 이번 대구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을 했다.

이번은 자원 봉사가 아닌 정식 단기 고용직으로 말이다.

대구에서 살면서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하여 내 고국 고트디부아르를 알리고 제2의 고향이라는 대구를 알리기 위해서다.

사실 나는 대구에서만 4년째 살고 있으니 남들이 물어보면 나는 여기가 나의 두 번째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구를 좋아한다.

대구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나도 대구를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것이 유니버시아드였다.

유니버시아드 조직 위원회에 고용되고 나서, 더 많은 나라의 참가 단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밤낮 없이 전화를 하고 팩스를 보냈다.

나라마다 시차가 있어 우리는 밤 늦도록 일을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모두들 집에가는 것 자는 것 먹는 것을 잊고 내일처럼 일을 했다.

대구사람들의 저력과 힘을 보는 것 같아서 나는 덩달아 신명이 나서 일을 했다.

대회를 위해 자정이훌쩍 넘은 시간까지도 아이디어를 내고, 참가국에 전화를 했다.

그러기를 몇 개월. 과연 얼마나 많은 나라가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를 할까, 라는 초조함 속에 대회 개막 일이 다가왔다.

선수들의 비자문제, 숙소문제 그 외 체류 시 발생 할 문제 등등 해결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아주 많은 나라의,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아주 작은 나라까지 대회사상 가장 많은 참가국인 174개국이 참가했다.

우리 모두는 환성을 질렀다.

여러날 동안 고생한 보람이 나타나는것 같아서다.

드디어 개막식 행사가 열리고 대회가 시작되자 정말 마음이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뿌듯했다.

밤늦게까지 일한 보람이 한 순간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개막식의 감동은 정말 잊혀지지 않았다.<

장엄하면서 웅장한 개막식은 평생 간직하고 싶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역시 대구사람의 저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대회에서는 참가국 선수들의 기량을 문제 삼고, 이것도 대회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학과 공부가 처지면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실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아직 스포츠가 활성화 되지 않은 나라에서 참가한 선수들은 그 성적이 형편없을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순순한 대학생이기에 정정당당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대한민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이외에 문화공연에서 사회를 본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대구국제민속연극제에서 사회를 본 기억은 정말 아름다웠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민속연극제는 대구사람들의 문화열기와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고국 코트디부아르의 공연은 고국의 뜨거움을 느끼게 했다.

이제 U대회는 막을 내리려 한다.

아쉬움없이 대구의 저력과 대구인의 문화사랑을 보여준 한 판의 축제였다.

이 축제에 동참한 나는 대구를 평생 잊을 수 없을것 같다.

바카리(코트디부아르U대회조직위 단기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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