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6세 김덕현씨 "늦깎이 공부욕심에 박사됐죠"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밖에 없었는데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네요".

지난달 20일 대구가톨릭대 약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덕현(66.여.대구 수성구 수성4가)씨는 쑥스러운 듯이 말을 아꼈다.

손자.손녀들이 여섯인 '66세 할머니'가 젊은이들도 쉽잖다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은 것. 40년째 약국을 운영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해온 김씨가 뒤늦게 공부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80년대 후반쯤 40대 간경화 환자가 약국을 찾아와 막무가내로 약을 지어달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서도 손놓은 중증환자였는데, 간에 좋다는 약재를 이것저것 썼더니 6개월 후 거의 완쾌됐습니다.

제가 썼던 약재들의 효능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싶어 96년 다시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죠". 김씨는 이후 98년 논문 '소시호탕과 임진오령산이 사염화탄소에 의해 유도된 흰 쥐의 간 장애에 미치는 영향'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공부를 계속해왔다.

이번 논문 역시 간에 관한 것이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지잠, 즉 굼벵이가 간세포 보호와 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져온 민간요법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점이 보람이지요".

남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김씨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주경야독' 해야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후에는 잠을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정도다.

김씨는 자신의 뒤늦은 공부를 가장 말린 사람도, 가장 든든하게 후원해준 사람도 남편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제가 힘들어하니까 말리기도 했지만 의학박사인 남편은 임상 실험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가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교수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씨는 당분간은 머리를 식힌 후 사회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도 자기가 하려고만 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도 이 점을 명심한다면 '너무 늦다'란 말은 결코 없을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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