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카슈랑스 시대 활짝

은행과 증권사, 상호저축은행의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시대'가 3일 개막됐다.

대구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조흥 외환 산업 기업 등 14개 은행과 대우 대투 한화 등 8개 증권사 및 57개 상호저축은행 등 모두 79개 금융회사가 이날부터 일제히 보험 창구를 개설하고 보험상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라 고객들은 은행·증권 창구에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등의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은행과 증권 그리고 보험의 금융영역이 허물어져 명실공히 금융산업의 겸업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아직까지는 한산한 창구=방카슈랑스를 둘러싼 고객 정보 이용 및 창구 분리 논란 등으로 보험대리점 등록 허가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홍보와 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은행들의 보험판매 창구는 대체로 한산했다.

대구은행은 3일 하루 동안 176개 점포에서 175건의 판매실적을 올렸으며 삼성생명의 연금보험, 동양생명의 어린이보험 가입자가 많았다.

국민은행은 전국 1천200여개 점포에서 2천500여명이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 중 가입인원이 가장 많은 보험상품은 LG화재 무배당 장기상해 교통안심매직저축보험으로 모두 737명이 가입했다는 것. 하나은행은 전국 580여개 점포에서 1천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으며 조흥은행은 전체 420여개 점포에서 각 2명씩 가입해 약 800계좌의 실적을 올렸다.

▲ 보험료 인하 효과=금융전문가들은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라 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료의 15% 안팎을 차지하는 설계사나 대리점의 모집수당이 절감돼 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한다는 것.

보험료 인하와 관련 보험개발원은 방카슈랑스가 전면 실시돼 은행이 모든 보험상품을 팔게 되면 저축성 생명보험 상품 보험료는 3.7~4.3%, 보장성 보험료는 8.8~12% 정도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는 5~7%, 장기보험상품의 보험료는 3.6~3.9% 가량 내려갈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추정했다.

▲ 종신보험은 2005년부터=방카슈랑스가 시행됐지만 은행창구에서 모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방카슈랑스 시행 1단계로 몇 가지 보험상품에 대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3일부터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생명보험상품은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양로보험 신용생명보험(대출받은 고객이 사망하거나 1급 장애를 입을 경우 보험사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보험)이며, 손해보험상품은 장기손해보험과 일반손해보험 신용손해보험이다.

저축성보험은 비과세 저축보험, 장기 목돈마련 저축보험, 어린이 전용 자녀 저축보험 등이 있으며 연금보험에는 비과세 연금보험, 바로받는 연금보험, 변액 연금보험, 연금저축보험 등이 있다.

장기손해보험에는 교통안심 저축보험, 주말안심 저축보험, 화재저축보험 등이 있고 일반손해보험에는 가정종합보험, 의료비 보장보험, 주택화재보험, 여행자 보험 등이 있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을 비롯한 개인 보장성 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자동차 보험(개인)은 2단계인 2005년 4월부터 가입할 수 있다.

▲ 가입할 때 유의점은=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할 고객들은 단순히 저렴한 보험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보험은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사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신속히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사에서 보험에 들면 보험설계사들이 계약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후 애프터 서비스를 적절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보험에 들면 보험 판매는 은행이 하지만 계약자 관리는 보험회사에서 해주기 때문에 고객관리가 미흡할 수도 있다.

또 방카슈랑스 보험을 파는 은행원들이 설계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은 은행에서 가입했는데 관리는 보험사에서 하게 되므로 보험상품 계약자가 상품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면 계약자와 생보사, 은행과 보험 회사 사이에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는 전문가에게 상품 내용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듣고 이해한 뒤 약관 내용을 꼼꼼히 따져 가입해야 한다.

특히 고객들은 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보장기능이 추가된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 저축상품과 수익률 면에서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상태라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저축성 보험에 추가로 가입할지 여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 원스톱(one-stop) 금융서비스 활용해야=보험은 물론 은행, 부동산, 투자상품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자산운용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은행은 기존 단골 고객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어 고객들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므로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상속과 증여, 위험관리, 절세 등에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은행을 방문해 저축, 보험, 대출,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재정관리가 가능하다.

▲부작용도 우려된다=방카슈랑스 등 금융산업의 겸업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나 금융산업 겸업화가 정착되기까지는 그 부작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가까운 금융회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 보험회사의 모집인들이 대량 실직하게 되고 대리점도 폐쇄되는 일이 속출할 우려가 있다.

대형 판매망을 가진 은행과 판매제휴가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들은 부실화될 우려도 높아진다.

가뜩이나 보험업계가 어려운데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등 금융산업은 또 한번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또한 은행들은 대규모 보유자금을 무기로 대출 등과 연계하여 보험상품을 끼워파는 등 불공정 모집행위를 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초기에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과 기존 보험회사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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