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탄생-니겔 로스펠스 지음/지호 펴냄
현대적 개념의 동물원은 왜, 어떻게 태어났을까. 미 에디슨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인 역사학자 니겔 로스펠스가 쓴 '동물원의 탄생'(지호)은 여기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공한다.
독일의 생선 중개상이었던 클라우스 고트프리트는 1848년 우연히 그물에 걸린 6마리의 물개를 전시한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그의 아들인 칼 하겐베크는 더 나아가 이국 동물들을 포획한뒤 철책 우리 대신 해자를 만들어 육식과 초식동물이 공존하는 현대 동물원의 시초격인 하겐베크 동물원을 함부르크에 세우게 된다.
당시 하겐베크 동물원의 최대 인기 동물(?)은 그린란드와 태평양 군도에서 잡혀온 원주민들. 저자는 "하겐베크는 인간과 동물이 자연상태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환상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생포한 원주민을 동물과 함께 가두었다"고 지적한다.
동물원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바빌로니아와 중국, 그리스 등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당시 전제군주들은 머나먼 이국땅을 지배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이국 동물을 수집해 우리 속에 전시했으며 이는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공공동물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또 이 책에서는 사자와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미를 죽여야 하는 포획 방법의 잔인성과 인류학적 조작을 위해 19세기 중반에 시작돼 1931년 마감된 원주민 전시의 역사, 동물 거래를 둘러싼 뒷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재키 스타일-패밀러 클라크 키러우 지음/푸른 손 펴냄
20세기 문화 아이콘 중의 하나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생애를 정리한 책'재키 스타일(패밀러 클라크 키러우 지음.정연희 외 옮김.푸른 손 펴냄)'이 출간됐다.
책에는 젊은 영부인으로서 백악관에 입성할 때부터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후, 오나시스와의 결혼 생활, 잡지 편집자 시절까지가 일명 '재키 스타일'로 불리는 그녀의 패션을 중심으로 정리됐다.
그녀의 스타일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영부인 시절의 단정하고 미국적인 옷차림. 이때에는 카시니.헬스턴 등이 디자인한 옷과 모자, 슐림버거의 팔찌를 애용했다.
두번째 시기는 오나시스와의 재혼 이후로, 보다 자유로운 재키 스타일이 등장한다.
커다란 선글라스, 40.42캐럿의 해리 윈스턴 다이아몬드, 부풀린 머리 등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은 오나시스와의 사별 이후 잡지 편집인으로서 도회적인 면모. 발렌티노의 바지와 실크 블라우스, 카르티에 시계와 약간의 액세서리가 당시를 대표한다.
저자들은 재키의 스타일은 늘 변화했지만 '심플함.절제.독창성', '자연스러움과 세련됨의 혼재, 야성적 아름다움'이라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것이야말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20세기 패션의 대명사로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사랑받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재협기자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존 버거 지음/아트북스 펴냄
피카소는 10대에 이미 스페인의 미술학교에서 더 배울 것이 없었던 신동이었다.
미술교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성에 놀라 자신의 화구를 물려주고 붓을 접었다.
반 고흐를 빼고는 피카소 만큼 책으로 많이 다뤄진 화가도 없지만 그의 작품은 만만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영국의 좌파 비평가이자 리얼리즘 화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한 존 버거의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아트북스.박홍규 역)'는 피카소에 대한 비판적 평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화가이자 동시에 자연인인 피카소의 삶과 그의 시대에 비추어 그의 미술을 살펴본다.
비판의 초점은 피카소의 '반사회성'. 저자는 피카소가 어떤 '낭만적인 주제'도 다루지 않으면서 '낭만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주장한다.
버거는 피카소 생애에 나타나는 성공과 실패의 두 정점으로 '입체주의 실험'과 '게르니카'를 비교한다.
그에 따르면 입체주의 시기는 피카소의 성공이었다.
그 시절 피카소는 브라크를 비롯한 입체주의 화가들과 강력하게 결합되어 '외로운 낭만적 위치'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게르니카'를 그릴 때 피카소는 '낭만적인 태도'로 되돌아가고 공산당에 의해 정치적인 선전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이책은 65년도에 초판이 나왔으며 이번에 박홍규 교수(영남대 법대)가 증보판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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