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달을 산 사또'

오늘은 달 이야기를 하나 해 볼까.

옛날 어느 고을에 새로 사또가 갈려왔는데, 이 사또가 좀 모자라. 얼마나 숙맥인고 하니 달이 차고 기우는 이치를 몰라. 그저 달이라는 게 둥그런 것이고 밤이 되면 뜨는 물건이거니 하고 살지.

이 사또가 새로 고을을 맡았다고 잔치를 벌이는데, 음식상을 떡 벌어지게 차려 놓고 풍악을 잡힌다 재주꾼을 부른다 한바탕 흥청망청 놀다 보니 뭔가 허전해. 밤이 돼도 달이 안 뜨니까 그렇지. 그래서 이 사또가 그만 역정이 났어.

"여봐라, 날이 어두워졌는데 왜 달이 안 뜨는고?"

마침 음력으로 그믐께가 돼서 달이 안 뜰 때거든. 그런데 사또는 그런 이치를 모르고 달이 안 뜬다고 역정을 내니, 모인 사람들이 모두 기가 탁 막혀서 아무 말을 못해. 그런데 그 중에 스님 하나가 참 의뭉스러웠던 모양이야. 능청스럽게 받아넘기기를,

"사또께서 새로 갈려오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 본래 이 고을 달은 부처님께 돈을 좀 바쳐야 뜬답니다"했어. 그러니까 사또가 그 말을 곧이들었지.

"그런가? 그럼 다음 번 잔치 때는 부처님께 돈을 좀 바치도록 하지".

그러고 나서 한 사나흘 뒤에 사또가 심부름꾼을 시켜서 절에 돈 쉰 냥을 보냈어. 그래 놓고 잔치판을 벌이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는 해가 지고 나니 서쪽 하늘에 눈썹 같은 초승달이 얌전하게 떠 있거든.

"옳거니. 달이 떴군, 달이 떴어. 그런데 달이 왜 저렇게 작고 희미한고?"

본래 음력으로 초사흘 무렵에는 작고 희미한 초승달이 뜨는 법이지만, 그 이치를 모르는 사또는 불평을 늘어놓지. 그러니까 의뭉스러운 스님이 그 말을 받아 또 능청을 떨었어.

"사또께서 돈을 쉰 냥 바치셨으니 쉰 냥어치만 달이 뜨는 게지요".

이번에도 사또는 그 말을 곧이들었어.

"응, 그럴 법한 말일세. 그러면 다음 번엔 좀 더 돈을 많이 바쳐야겠군".

그러고 나서 한 대엿새 뒤에 사또가 심부름꾼을 시켜 절에 돈 백 냥을 보내고 나서 또 잔치판을 벌였지. 흥청망청 놀다가 해가 넘어가니까, 과연 하늘 한복판에 얼레빗 같은 반달이 동그마니 떠 있거든.

"옳거니, 이번에 뜬 달은 저번 것보다 훨씬 낫군. 그런데 아직도 둥글고 환하지는 않군 그래".

본래 음력으로 초여드레쯤 되면 반은 둥글고 반은 싹둑 잘린 반달이 뜨는 법이지만, 그 이치를 모르는 사또는 반만큼은 좋고 반만큼은 아쉬워서 입맛만 쩍쩍 다시지. 의뭉스러운 스님이 그 말을 받아,

"저건 백 냥어치 달이니까요. 돈을 좀 더 바치시면 더 큰 달을 보실 것입니다"했어. 이번에도 사또는 그 말을 곧이들었지.

"알았네, 알았어. 다음 번엔 더 많이 바치도록 하지".

그러고 나서 한 이레 뒤에 사또가 또 잔치판을 벌이는데, 이번에는 절에 돈을 삼백 냥이나 보냈어. 그래 놓고 잔치를 하다가 날이 저무니까, 아하! 동쪽 하늘에 쟁반 같이 둥글고 환한 달이 둥실 떠오르는 거야. 본래 음력으로 보름날이 되면 옹근 보름달이 뜨는 법이지만, 그 이치를 모르는 사또는 돈을 바쳐서 그렇게 된 줄만 알고,

"옳거니, 이제야 옹근 달이 떴네그려. 달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먹여야 저렇게 살이 찌는 법이렷다"하더라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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