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白凡) 김구 선생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분이다.
젊은 시절 동학군 접주를 지냈는가 하면, 명성황후 시해 때는 일본 군사간첩을 보복살인한 전력도 있다.
인천 감옥을 탈옥 해 사찰의 주지가 되기도 했고, 기독교에 귀의하기도 했다.
어려운 시절 모진 풍상과 고초를 겪다보니 세상 만사를 보는 그의 눈은 통달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50여 년 전 선생이 술회한 국가관, 정치관은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계급독재가 가장 무서운 독재'라는 통찰은 지금 인용돼도 손색이 없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갈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달렸다.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일 개인 또는 일 계급에서 나온다
전자를 전제 또는 독재라 하고 후자를 계급독재 통칭 파쇼라 한다.
가장 무서운 독재는 어떤 주의를 기초로 한 계급 독재다.
다수의 개인으로 조직된 한 계급이 독재의 주체일 때는 이것을 제거하기가 심히 어렵다".
▲지금의 북한이 계급독재 사회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때는 백성을 사농공상으로 4분류하는 데 그쳤지만, 북한은 3대분류(5대분류), 51소분류로 나누고 있다.
계급독재의 지배계급인 특별계층, 핵심군중, 기본군중은 전 국민의 28% 정도를 차지한다.
다음 동요계층이 45%고, 적대계층이 27%다.
북한의 실제 계급독재는 특별계층과 핵심군중에 의해 유지된다.
이런 북한 사회에 개방화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제11기 최고인민회의(국회) 구성원들의 면면이 크게 달라진 것이 그 한 예다.
반수 가까운 교체자 중 군부의 비중은 축소되고 대남 사업에서 실적을 낸 인물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내각의 경우도 경제분야 인물들로 대거 교체됐다.
'경제관리 개선'을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민간부문의 변화들도 일상화되고 있다.
도시와 마을에 작은 버스 크기의 가판대가 들어서고, 일주일에 한번 열리던 농민시장이 주중에도 열린다.
"북한이 초기 시장경제체제로 진입해 이제 과거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개방화가 진행될수록 남한의 역할이 커진다.
시장경제체제를 교육시키고, 궁극적으로 계급독재를 청산토록 하는 모종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공짜가 없다.
우리가 어물어물하다 IMF를 당한 것처럼 시장경제라는 것은 냉혹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경쟁력을 잃거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이 민족적 공짜시장에만 입맛을 들이게 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의 대북정책이 냉엄한 자본주의를 체득시키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할 이유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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