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작황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 것은 생산량 늘리기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2일 발표한 '2003년도 쌀 작황조사'가 부풀려 졌다는 의혹이 농업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농민들은 물론 농업전문가들조차 정부 발표의 근거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농민들과 함께 농업현장을 누비고 다닌 농업관계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들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농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도 정부가 발표한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말은 못하지만 농민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관련 공무원은 "정부 발표가 부풀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면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부풀려졌다"고 잘라 말한 뒤 말을 아꼈다.
지난달 농림부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황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며 함구한 적이 있었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쌀 생산량 조사결과를 부풀렸다는 결론을 얻는다.
농촌지도자회 의성군 김한탁(49) 안계면회장은 "지난달 15일부터 일주일동안 정부가 쌀 생산량 표본조사에 나설 당시에는 쭉정이와 쌀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였지만 지금은 쭉정이와 쌀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면서 "작황조사 결과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97년 전국 쌀 증산왕에 오른 경북 의성 다인농협 정석조 조합장도 "추수가 시작된 다인지역은 지난해 보다 무려 30%이상이 감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농민들의 생산량 부풀리기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부 발표가 표본조사에 의한 예상치에 불과하고 추수때까지 기상변화에 따라 쌀 생산량이 더 증가할 여지는 분명 있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 발표는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농정을 신뢰한다.
이희대(사회2부)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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