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국경일 등에 태극기가 거리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한결같이 태극기가 먼지와 매연에 찌들어 흰 바탕이 검게 변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태극기가 제대로 걸려 있지 않고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장면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 트럭에 탄 아저씨들이 도로변에 태극기를 다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개천절 때문인 듯 싶었다.
그런데 그들이 봉지에서 꺼내는 태극기는 하나같이 지저분하고 오래된 태극기였다.
또 태극기를 꺼내다가 차 밑으로 떨어진 봉지를 그냥 도로에 방치한 채 가버리는 것이었다.
순간, 이제껏 도로에서 본 새까만 태극기는 자동차 매연이나 먼지가 심해서 금방 더러워져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 달고, 또 그 전에 달았던 태극기를, 두루말이 휴지말듯 말아서 비닐봉지 안에 보관했던 바로 그 태극기를 다시 꺼내어서 달았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어린 학생들은 과연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태극기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렸을 때 나는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기이므로 늘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배웠다.
함부로 만지거나 구겨도 안되고 더럽혀서는 더더욱 안되는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는 태극기는 더러워지면 빨아도 안되고 곱게 태워버려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곤 했다.
지금도 우리집에는 옷장 깊이 작은 상자 속에 정갈히 개어둔 태극기가 있다.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우리나라 4대 국경일의 하나로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개국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가적인 경사를 온 국민이 축하하는 날이지만, 과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더러운 태극기가 힘없이 펄럭이는 모습 밑에서 말이다.
전병문(대구시 효목2동)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