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 문중의 창고나 개인 집안의 장롱속에 꼭꼭 숨겨져있던 목판유물들이 한꺼번에 전시돼 눈길을 끌고있다.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 위치한 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은 2001년10월 개원한 이래 2년간 경북지역 문중들을 중심으로 창고나 장롱속에 방치된 채 훼손과 도난 등 멸실의 위기에 처한 약 8만여점의 국학자료를 위탁기증을 통해 수집, 이 중에 포함된 2만5천여점의 목판유물을 선본하고 중앙민속박물관 등의 협조를 얻어 문중유물특별기획전(12월31일까지)을 마련하고 있다.
이 특별전에는 중국 갑골문(甲骨文)에서 부터 죽간(竹簡).목간, 목판에 이르기까지 인쇄문화의 발달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삼국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복제품과 고려시대 재조대장경 중 '반야심경' 인출본, 조선시대 '퇴계선생문집' 등 시대적 변천사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 곳에는 목판뿐 아니라 그 것을 이용해 간행된 고서나 인출본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대표적 전시물로 '퇴계선생문집'(17세기.퇴계 이황.사진)과 '홍범연의'(洪範衍義.1652년.갈암 이현일) 등 문집과 저작류들로 목판과 서적이 함께 수집됐다는데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 영남을 대표하는 퇴계와 후손들이 남긴 목판과 함께 전시되고 있는 호남을 대표하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쓴 '초서천자문'과 한시 교육용 교재로 집필한 '백련초해'(百聯抄解.조선중기), 인종으로 부터 선물받은 '묵죽도'(墨竹圖.조선중기)는 군신(君臣)간의 절의를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수신의 교훈과 경계의 내용을 병풍이나 현판에 새겨 옆에 두고 좌표로 삼은 '잠'(箴)류의 목판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고있다.
중국 당태종때 장온고란 학자가 천자의 자리를 말한 내용의 글을 새긴 '대보잠'(大寶箴.조선후기)과 공자가 예가 아니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말라고 한 경계의 말을 새긴 '사물잠'(四勿箴.조선후기) 등이 그것이다.
또 조선후기 명필 석봉(石峯) 한호(韓濩)의 글씨로 영주 초곡에 있었던 정자 현판인 '하한정'(夏寒亭.조선후기), 안동 풍산읍에 있는 체화정에 걸린 '담락재'(湛樂齋.조선후기.사진)는 당시 안기 찰방으로 있던 단원 김홍도의 글씨로 유명하고 허목(許穆)의 작품인 안동 임하의 '백운정'(白雲亭.1568년) 등 당대 명필들의 친필 현판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밖에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편지를 쓸때 시전지를 찍었던 목판 '전석파이하응전지판'과 책표지에 사용됐던 '능화판', 부적판과 영천이씨 시조인 영양군 이대영의 묘지 위치를 표시한 '영양군묘도'(永陽君墓圖.조선후기.사진) 등 각종 지도 등도 흥미롭다.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자료부 김순석(42) 수석연구원은 "민간에 산재해 멸실될 위기에 놓였던 목판유물속에 깃든 선현들의 지혜와 정신세계를 오늘에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문의 054)851-0768. 관람료 무료.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사진) 영천이씨의 시조인 영양군 이대영의 묘 위치를 표시한 영양군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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