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 특별구' 교육 위해 월세라도 간다

회사원 이모(38)씨는 지난달 말 대구 남구 봉덕동 38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수성구 범물동 25평짜리 아파트에 월세를 얻었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7)을 '대구 8학군'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초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살림을 줄이면서까지 이사를 '감행' 한 것. 이씨는 "수성구 지역의 아파트 값이 갑자기 몇천만원 폭등한데다 적당한 전세도 구하기 어려워 급한데로 월세로 옮겼다"며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수성구 '명문 학교' 주변 부동산업소에는 이씨처럼 '자식 교육'을 위해 집을 옮기려는 부모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대구교육청이 2년 전부터 수성구로의 위장 전입을 강력하게 제재하자 아예 수성구로 주거지를 옮기려는 부모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그러나 집을 옮기는 것도 쉽잖은 일인데다 수성구 아파트 값이 몇달새 몇천만원씩 폭등, 서민들에게 엄청난 '겹고통'으로 다가서고 있다.

부모들의 '수성구 이사 열기'는 인구 통계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94년 말 기준으로 수성구에 거주하는 4세 이하 어린이가 2만8천66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올 6월 기준으로 8~12세 인구수는 3만6천589명에 달해 무려 8천명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성구 전체 인구수는 98년 46만3천여명에서 지난해 말까지 1만5천여명이 줄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청 행정계 관계자는 "통계상으로 보면 해마다 1천여명의 어린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셈"이라며 "중.고교 입학을 위한 전입 기준일이 11월쯤 끝나는 탓에 10월에 들어서면 동사무소마다 전입 신고를 받느라 북새통을 이룬다"고 했다.

실제 수성구에서도 명문 8학군으로 불리는 ㄱ초교의 경우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전입생 수가 605명에 이르며 ㅂ초교는 같은 기간 448명에 이르고 있다.

올들어 시작된 수성구 지역의 집값 '폭등'도 부모들의 '수성구 행'을 막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공무원인 최모(42)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위해 지난달 은행에서 5천만원을 빌려 수성구로 이사했다"며 "갑자기 뛴 집값에 분통이 터지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수성1가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달서구 등에도 학원.학교가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대학진학률에다 명문 학원들까지 밀집한 수성구로의 이사 열기는 꺽이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오른 집값에 이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성구청과 교육청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위장전입 학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각각 813명, 1천545명을 무단 전입으로 적발했으나 지난해에는 23명 적발에 그쳐 부모들의 수성구 이사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

구청측은 "다음달에 시 교육청으로부터 수성구 지역 전학생 명단을 통보받아 위장전입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지만 올 6월 조사때 3명 적발에 그쳤던 만큼 크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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