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름다운 추억 만들기

나에게 문화가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때는 보스턴 유학 시절이었다.

고달픈 삶에 위안이 되고 기쁨을 주었던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공연들은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동네 도서관에서 미리 신청한 공짜 패스를 가지고 가면, 표를 사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도 따로 마련된 입구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름이면 다른 한국인 가족들과 김밥 싸고 돗자리 들고 보스턴 심포니의 여름 캠프인 탱글우드에 갔었다.

비싼 돈을 내고 공연장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보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며 연주를 듣는 우리가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껴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엘튼 죤과 빌리 죠엘의 맹인 돕기 자선 음악회이다.

집 근처 축구장에서 열린 공연의 티켓가격은 좋은 자리나 나쁜 자리나 똑같았는데, 우리 가족은 운 좋게도 무대 맨 앞자리를 배정 받았다.

누구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공정함과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에 더욱 행복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8년이 되었고, 좋은 공연과 전시가 있으면 기회가 닿는 대로 찾아가 보았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내가 본 외국의 어떤 뮤지컬보다 감동적이었고, 팔공산 어느 농원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도 참 좋았다.

그리고 얼마 전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침 아는 분께서 개막 오페라 '목화' 초대권을 선물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그런데 몇 가지 조그만 불편 때문에 공연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공연 2시간 전 줄을 서서 입장권으로 바꿔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 돌아갔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통로에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의자의 배치가 불편해, 무대 가까이서는 오히려 무대위가 보이지 않았다.

대구 오페라 축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고, 내년에는 국제 오페라 축제도 계획되어 있다고 들었다.

공연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있어 모두의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강애리 사랑이 가득한 치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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