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타'의 원형은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위로 치솟은 뿔과 두드리면 무엇이든 나온다는 '도깨비 방망이'다.

그렇다면 도깨비를 상징하는 방망이에는 어떤 문화적 코드가 담겨있을까?.

강은해 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난타의 원형, 두두리 도깨비의 세계'(예림기획)를 통해 '난타(亂打)하는 도깨비'를 찾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난타에 숨은 도깨비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는 "도깨비 하면 방망이고, 방망이 하면 도깨비다.

방망이는 당연히 치고 두들기게 돼 있다"며 "학계에서 지금껏 '눈치'채지 못한 것을 찾아낸 강 교수의 착상이 기발하다"고 감탄했다.

도깨비가 왜 난타의 원형인지 강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먼저 도깨비와 방망이의 '동거관계'는 도깨비가 두두리(豆豆里)라고 불린 신화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며, 두두리는 두두을(豆豆乙)로도 불렸다는 것이다.

도깨비가 형상을 지칭하는 명칭이라면 두두리는 도깨비짓인 두드림의 기능을 주목해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강 교수의 얘기다.

즉 두두리나 두두을은 두드린다는 동사가 명사형으로 정착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강 교수는 우리 역사에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된 두두리의 발자취를 찾아냈다.

도깨비는 절구공이신, 야장(대장장이)신, 이승과 저승을 잇는 건축기사, 수목신, 부신(富神) 등 그 자리를 바꿔오면서 다양한 얼굴의 역사를 동시 공존 상태로 우리 앞에 노정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강 교수는 절구공이신에서부터 부신의 방망이에 이르기까지 두두리 도깨비들은 일관되게 난타의 행위를 그 기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두드림, 난타의 동작은 도깨비의 얼굴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내버려지지 않은 두두리 도깨비의 일관된 기능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두두리 도깨비의 꺼질 줄 모르는 속성이 난타의 동작이라면 난타는 바로 도깨비의 본질적 성격이라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난타는 무엇일까. 그것의 시작은 물리적 동작의 지루한 반복이지만 그 행위가 지극 정성으로 반복될 때 난타는 구도의 경지에 버금간다고 강 교수는 의미를 부여했다.

묵고, 쌓이고, 가득찬 것을 비워내고, 내려놓고, 씻어내는 행위가 바로 난타이기 때문에 두두리 도깨비의 난타는 곧 종교의 구도 행위, 기도와 같은 기능을 나눠 갖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원시 음악에 가까울수록 타악기가 신명의 주종임을 떠올린다면 난타는 신에게 다가서기 위해 비우는 행위임을 인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난타는 그 자체로서 이미 고도의 문화적인 행위가 되고 두두리 도깨비는 난타의 최초의 문화적 원형으로 '기념비적인' 자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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