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생을 아름다운 일본 시(詩)를 가르치고 공부하며 보내렵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행해도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의 나이를 10년 훌쩍 넘긴 이원호(79.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옹. 일본시를 배울 제자를 모은다는 이옹은 요즘 강의 준비로 하루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그는 최근 일본방송국 NHK 시우회(詩友會)에서 주관한 일본시 공모에서 '고드름'이란 시로 입상하기도 했다.
"일제 때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영어를 전공했는데 일본어식 발음이라 영 안통하더라구. 그래서 '에라 내가 잘하는 일본어나 공부하자' 싶었지".
경북 칠곡이 고향인 이 옹은 일제 강점기 당시 와세다 대학을 다닌 소위 '인텔리'였다. 일제의 대동아 전쟁으로 2년만에 학업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격동기 지식인들이 겪었을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대로 밟았다.
광복은 됐지만 먹고 살 길이 없어 현재 대구 동촌 K2내에 자리 잡았던 당시 미군 장교 합숙소에서 '하우스 보이' 일을 시작했다. 남자 가정부나 마찬가지였지만 한달에 쌀 몇 되는 너끈히 얻을 수 있는 천금같은 직장이었다. 미군용 담요와 밀가루, 설탕, 통조림도 건질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미군들로부터 '조지'로 불렸다. 6.25 전쟁이 터진 뒤에는 현 병무청 자리에 있던 미군 59헌병대(옛 일본 헌병대)에서 간판쟁이 노릇을 했다. 주로 '출입금지' '정지' 등 군용 간판물을 만들었다.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걸어오는 동안에도 이옹은 일본시와 일본문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요즘도 NHK방송이나 일본신문.잡지를 열심히 살핀다고 했다. "U대회 일어 통역 자원봉사자 활동을 마치고 여유가 있다 보니 일본시를 가르쳐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에 관계없이 일본시에 관심있는 분은 누구라도 연락주세요". 053)752-7588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이원호(79)옹은 남은 생을 일본시를 가르치며 보내고 싶다고 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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