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쟁의 1차전이 끝났다.
그러나 아직 논술과 면접이라는 마지막 결전과 점수별로 대학과 학과를 재주껏 맞춰내야 하는 피를 말리는 '눈치작전'이 또 남아있다.
입시전쟁을 치른후 첫 주말휴일을 보낸 입시생들과 학부모들은 그래서 아직도 전시체제 속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중고 6년동안 새벽밥 밤참 도시락 싸준 것만도 수천개가 넘을 입시생 어머니들에게 마지막 가을비속에 지는 가을낙엽 낭만 같은건 웬 낙엽? 일뿐이다.
학원과 교문앞에 줄지어 차를 대놓고 운전대를 안은채 졸음을 참으며 전투병(?)을 실어나르던 아버지들 역시 밤술 한번 맘놓고 못마시며 3년 세월동안 수천㎞를 새벽 야간운전으로 지쳐 보냈다.
3년터울 둘째 녀석이라도 있는 집안은 또 한번 입시부모들을 팍삭 늙게 만드는 '3년전쟁'을 치러야 한다.
수백만명의 학부모들을 초죽음시키다 시피하는 끔찍한 입시 전쟁에서 준입시생인 부모님들이 그 끝없는 고통을 견뎌내는 이유는 단한가지 '내 자식을 일류 명문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염원이다.
입시 지옥은 물론 우리만 있는게 아니다.
중국에도 유아 예능학원(소년궁)에 아예 뜨개질 함을 갖고와 하루종일 교실뒤에나 복도에 앉아 학습이 끝날때까지 스웨터를 짜며 기다리는 젊은 어머니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일본의 동경대학 입시열은 더욱 가관이어서 일부 극성 어머니는 아이를 잉태하자마자 안방 벽에다 동경대 캠퍼스 사진을 나붙이고 동경대 총장 사진을 건다.
10개월 동안 아이가 태어날때까지 끊임없이 '동경대'만 생각하고 동경대만 바라보고 동경대만 염원하는 입시 태교육을 하는 것이다.
입시학원은 미어터져서 넘쳐나는 학원생을 다 수용못해 대형 강당에 수용, 뒷자리 원생은 망원경으로 칠판을 보는 학원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느 세상이든 어차피 시험이란 성적순에 의해 차갑게 운명이 갈린다.
해마다 입시후 자살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그러한 시험의 냉정한 생리를 이겨내지 못해서다.
이제 부모들은 날려보낸 밤잠과 학원비, 그리고 낭만을 즐길 삶의 여유를 고스란히 바친 희생을 내세우며 '왜 고작 그 점수냐'는 불만을 입 밖에 낼 수없는 고통까지 떠안아야만 한다.
부모의 한숨소리, 실망어린 표정이 들리고 보일때 남은 입시 결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아이는 더욱 좌절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두 녀석의 야간 운전병 노릇을 5년간 했던 처지지만 입시생과 학부모님께 조언을 한마디 드린다면 옛 선조의 시험에 얽힌 일화속에서 교훈과 위로의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권고 드리고 싶다.
성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도 첫 과거시험에서 떨어진 재수생이었다.
충무공이 무예에 뜻을 두고 과거 시험 준비를 한 것은 22세. 그러나 28세때의 첫 과거때 말타기 과목에서 낙마, 다리까지 부러지고 낙방했다.
6년이나 준비한 과거에서 낙방한 좌절감은 요즘 입시생보다도 훨씬 엄청났을거다.
그러나 그는 다시 좌절과 울분을 이겨내며 무려 4년을 기다렸다가 식년무과 과거에 합격, 무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요즘처럼 1년마다 재시험의 기회도 없었던 4년후의 시험을 기다린 인내와 자기연마가 바로 위인의 잠재능력이었을 것이다.
입시생들도 이순신 장군의 재수 일화 속에서 좌절과 인내하는 용기, 낙망과 도전의 차이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식에게 소위 출세하는 학과를 강요하고 은근한 부담을 주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이성계의 시험 일화를 참고하시면 어떨가 싶다.
이성계는 일찍이 정승.판서의 출세길이 열린 문과에 응시하려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너는 어릴때부터 뼈대가 강하고 담력이 크며 기골이 장대하니 무과(武科)로 나가라'고 권유했다.
결국 이성계는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 어머니의 판단과 권고대로 문신(文臣)의 꿈을 접고 무과로 진출, 무인으로 성공하여 조선 왕조를 세웠다.
입시전쟁 1차전을 끝낸 지금 비전투병으로 자진 파병돼 3년을 함께 애쓰시고 희생해온 부모님은 좌절의 아픔을 말없이 눌러 삼킨채 그대들의 소질과 능력을 믿고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그대들 역시 실의와 좌절의 풀죽은 모습대신 '마지막 논술면접까지 잘해보고 안되면 더 크게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좀 쉬십시오'라고 웃어보일 수있는 대견스런 19세가 됐으면 어떨까. 논술면접의 성공을 성원드린다.
김정길(부사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