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수능과 학원불패 신화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이제 본격 입시철이다.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뒷말이 무성했다.

'물 수능', '불 수능' 논란이 벌어졌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 수능시험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인터넷 입시학원에서 논술강의를 한 서울 모 대학 초빙교수가 포함돼 파문이 일었다.

특히 이번 수능시험 언어영역은 사고력 측정보다 '속독속해'능력을 평가했다는 것이 수험생들과 고교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속독 학원이 뜰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수능시험은 지난 1993년 "단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수능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고교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학교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입시정책 '오락가락'

학원 관계자들은 "입시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돼 학원이 어려워질 만 하면 교육부가 제도를 바꿨다.

학원불패 신화는 오락가락하는 교육부의 입시정책 덕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대체되면서 학원들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수능은 통합교과적 사고능력을 요구했으나 학교교육은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원의 부흥을 더욱 부추긴 것은 2002학년도 입시제도다.

대학마다 다양한 전형방법을 도입해 특기와 적성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 역시 수능시험의 영향력을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대학별 전형 요강만 복잡하게 만들었다.

학교 교사들은 대학마다 전형 방법이 다르니 개인별 진학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서 지원해야 했다.

또다시 학원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능시험뿐 아니라 요즘은 내신도 학원이 관리해준다

학원은 선행학습과 찍어주기를 통해 내신 성적을 끌어올린다.

특히 논술, 심층 면접 분야는 학교가 학원에 따라가지 못한다.

경쟁력 자체가 없어 교사들도 포기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원들은 엄청나게 세분화, 전문화(?)해 이에 대처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대 법대 심층면접 전문학원, 의대 전문학원 등이 생길 정도다.

이러한 학원에 가지 않으면 목표로 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그만한 정보와 준비를 해주는 데가 없기 때문이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 역시 7차 교육과정에 맞춰 선택형, 심화형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또다시 학원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 줘야

이에 수능을 대입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은 고교졸업 자격시험으로 활용하고 대학에 전면적인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자는 것이다.

대학들이 고교성적, 특별활동, 봉사활동기록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해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치맛바람이 되살아나고 고교 내신을 위한 과외가 늘어날 것이란 반론이 거세다.

또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렇다 해도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대입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과외는 언제 어느 때나 있었다.

대입제도 변경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제도를 바꾸면서 사교육 시장만 팽창했다.

이상과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학교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라면 손질해야 한다.

그 방향은 자율화, 다양화다.

다시 말해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에 치중하고 학생 선발권은 각 대학으로 돌려주라는 것이다.

"사람이 부지런하면 흙도 괴롭히고, 곤충도 괴롭히고 작물도 괴롭히게 된다.

작물을 재배할 때 부지런한 것은 식물과 공생하는 미생물이어야 한다.

농부는 게을러야 한다.

그래야 농사가 잘된다". 교육부는 '태평 농법'을 개발한 농부 이영문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게 어떤가.

조영창(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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