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와 대학로에서 열린 농민
대회에서는 농심을 대변하는 '불가사리탄'과 '쭉정이'가 새로운 시위 도구로 등장했
다.
'불가사리탄'은 전남 해안 지역 농민들이 인근에서 굴, 조개 양식업을 하는 어
민들이 어장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해 잡아다 놓은 불가사리를 농민들이 받아 물에
썩혀 평소 비료로 쓰던 것을 비닐봉지에 조금씩 포장한 것.
불가사리는 1마리당 하루에 전복 2개, 홍합 10개, 멍게 4마리를 먹어치울 정도
로 포식성이 강해 특히 남해안 양식장 황폐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썩인
물은 인근 논과 밭에서 효능 좋은 비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전남지역 농민들은 불가사리탄의 원료가 되는 비료를 밀폐
해 서울로 공수해온 뒤 서울 대학로에서 이화로터리를 지나 종로3가로 행진하던 도
중 대오를 막던 폴리스 라인을 향해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불가사리탄을 던졌다.
냄새가 지독해 맞으면 사흘은 밖에 나다닐 수 조차 없다는 불가사리탄을 직격으
로 맞은 경찰의 폴리스 라인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무리없이 종로3가까지 진입한 시위대는 이후 경찰이 전경버스 8대를 동원, 마지
노선으로 설정한 선 너머 경찰 병력 대기장소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뿌렸다.
삭힌 젓갈이나 인분이 풍기는 냄새를 닮은 '불가사리탄'의 냄새는 이날 시위가
계속된 오후 내내 종로3가 일대에서 가시지 않아 시위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경찰의
코를 괴롭혔다.
시위장소 일대에 잇따라 뿌려진 '쭉정이'도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던 경찰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막아 곤혹스럽게 했다.
역시 작은 비닐봉지에 담겨진 채 서울로 공수된 쭉정이는 태풍 매미로 인해 이
번 가을 전에 없던 흉작으로 농민들의 마음을 무너뜨린 주범.
볍씨 속에 쌀알을 찾을 수가 없다며 한숨짓던 농민들은 이날 시위 도중 연방 쭉
정이를 바람속에 날렸다.
전남 해남에서 올라온 농민 한모(48)씨는 "볍씨를 벗겨도 벗겨도 흰 쌀알이 보
이지 않는다"며 "태풍 매미가 지나간 후 남은 것은 쭉정이뿐"이라고 말했다.
압수된 죽창과 경찰을 향해 휘둘러지던 각목, 소주병 사이에 '불가사리탄'과 '
쭉정이'는 흉작과 농가부채,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무너진 농심의 대변체로 서
울 도심 아스팔트 바닥을 장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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