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놓고 벌써부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과 기존의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인정하여 현행 급여수준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앞으로 보험료는 더 내게 되는데 받을 연금은 줄어든다니 당연히 불만의 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보험료의 절반인 사용자 부담분이 늘어나는 것이 껄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대다수, 아니 모든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 뻔한 연금제도 개편안을 보건복지부가 밀어붙이는 이유는 앞으로 연금재정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8년에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라 올 3월에 처음 실시된 장기재정추계 결과 2036년에 처음으로 당해연도의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에는 연금기금이 고갈되리라고 전망된 것이다.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에 비해 받는 연금액이 매우 많도록 되어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평균정도의 소득을 버는 사람이 퇴직을 하여 평균수명 정도를 산다고 친다면 생존기간 동안 받는 총 연금액수가 가입기간 동안 내는 총보험료에 비해 2.3배(남자)~2.7배(여자) 정도 많은 것이다.
연금액수는 물가 및 임금상승률에 따라 조정되므로 이 수치는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는 돈에 비해 받는 금액이 많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밑지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이른바 저부담-고급여의 연금제도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근로연령층 인구가 감소하고 반대로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연금을 받는 노인인구는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 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재정을 보다 안정화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갑자기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처럼 곤혹스러운 연금개정안을 내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은 예상외로 컸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연금제도의 운영을 맡은 측과 정치권 모두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다.
먼저 국민연금제도를 구상하기 시작한 1986년부터 장기적인 재정불안이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연금제도를 설계하였다.
그나마 1998년의 개정을 통해서 연금액을 낮추고 보험료를 올린 것이 이 모양인데 예전과 같은 제도가 유지되었더라면 적립기금 고갈은 훨씬 더 빨리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국민연금제도에 대해서 최상의 노후재테크라는 등 마치 국민들에게 크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홍보를 하여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재정적자와 미래세대의 부담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당장의 인기를 위해 도입당시부터 선심성으로 연금제도를 만들도록 하였고, 그 이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었다.
1998년의 개정 때도 원래의 보건복지부안은 지금보다 급여수준을 더 낮추는 것이었는데 인기를 의식한 정치권의 타협으로 급여수준이 지금과 같이 결정된 것이다.
그 때 당시에 정책결정이 보다 사려 깊게 이루어졌더라면 불과 5년 후에 또다시 연금개정안이 제출되어 국민들의 정책불신만 초래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만약 이번에도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어정쩡한 타협으로 정책이 결정된다면 불과 몇 년 후에 또다시 개정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김환준(계명대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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