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막힌 국방부, 국민은 누구를 믿나

조직과 규율을 생명으로 하는 국방부까지 이럴 수가 있는가. 6.25 당시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지난 6월 탈북한 국군포로 전용일(72)씨가 국방부의 신원확인 소홀로 북송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차라리 믿고싶지 않은 현실이다.

현 정부가 국민들의 눈밖에 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강을 먹고사는 국방부마저 이렇게 흐트러져 있다는 것은 충격이요, 서글픔이다. 이런 자세로 어떻게 국가 위기상황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방부는 "지난 9월 24일 전씨의 신원확인 요청을 받고 500명의 국군포로 생존자 명단을 확인한 뒤 무등재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외교통상부가 다시 문의해오자 전사자 명단에서 전씨의 신원을 확인해 냈다는 설명이다.

500명의 생존자 명단만 뒤져본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전사자 명부를 함께 확인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직무유기다.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공개한 9만4천700명 모두를 검색해 보는 게 당연한 업무절차였다.

주 중국 대사관도 이번 과실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방부의 무지에 가까운 업무실수가 있었더라도 국군포로 여부를 한번쯤 더 살펴보는 융통성이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국방부나 중국 대사관 담당자의 순간적인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 국방부, 외교통상부, 더 나아가 현 정부 전체의 재북 국민에 대한 일반적 시각이라고 단정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군포로나 납북자 처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송환협상 등 적극적인 해결 노력은 고사하고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피해가려고 안달이었다.

정부의 이런 한심한 자세가 행정 말단까지 침투해 이번 같은 불상사를 낳은 것이다. 정부는 모든 외교노력을 기울여 전씨의 귀환을 서둘러야 한다.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와 함께 이번 같이 얼빠진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잘못된 국가인식을 바로잡아줄 것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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