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천 냥 내기 수수께끼

옛날에 어떤 사람이 아들 형제를 뒀는데, 큰아들만 귀여워하고 작은아들은 천덕꾸러기로 키웠어. 어려서부터 큰아들은 날마다 고운 옷 입혀서 글방에 보내 글공부만 시켰고, 작은아들은 날마다 험한 옷 입혀서 산에 보내 나무만 하게 했지. 그러니 자랄수록 큰아들은 말도 잘 하고 똑똑해서 남들이 다 혀를 내두르는데, 작은아들은 말도 잘 못하고 몸가짐도 둔해서 남들 웃음거리가 됐어.

형제 나이 여남은 살 먹었을 때 온 동네에 소문이 짜하게 나는데, 무슨 소문인고 하니 건넛마을 사는 정승이 천 냥 짜리 수수께끼 내기를 한다고 그러거든. 수수께끼를 내서 알아맞히면 돈 천 냥을 주고, 못 알아맞히면 천 냥을 받는다는 거지. 아버지가 그 소문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큰아들이 똑똑하니 데리고 가서 수수께끼를 풀면 돈 천 냥을 벌 것 같단 말이야.

"얘야, 내일은 글공부 그만두고 건넛마을 정승 댁에 돈 천 냥 벌러 가자".

이튿날 큰아들 손을 잡고 정승 집에 갔지. 가 보니 수수께끼 풀러 왔다고 우선 밥 한 상씩 차려 주기에 잘 먹었어. 먹고 나니 정승이 나와서 수수께끼를 내는데,

"오다가 우리 집 문 앞에 큰 느티나무를 봤느냐?"

"예, 봤습니다".

"그 느티나무 잎이 모두 몇 개나 되느냐?"이러네. 이게 수수께끼야. 느티나무 잎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봤어야지. 아니, 세어 본다고 해도 그 많은 걸 언제 다 셀 거야? 애당초 아무도 못 풀 수수께끼지 뭐야. 그러니 제아무리 똑똑하다는 큰아들도 그만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어.

"왜 대답이 없는고?"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돈 천 냥을 내놓아라".

수수께끼 맞혀서 돈 벌려고 왔지 돈 잃으려고 온 건 아니잖아. 돈 천 냥이 있을 턱이 없거든.

"돈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집에서 삼 년 동안 머슴살이를 해야 하느니라".

하릴없이 큰아들을 정승 집 머슴으로 팔고 아버지 혼자 집에 왔어. 집에 와서 일이 이만저만하게 됐다고 얘길 했더니, 작은아들이 듣고 나서 내일은 제가 가겠다고 그러거든. 똑똑한 큰아들도 못 푼 수수께끼를 모자라는 작은아들이 어찌 풀겠나 싶었지마는, 행여나 하고 그 이튿날 작은아들을 데리고 또 장승 집에 갔어.

정승 집에 가서 밥 한 상 잘 얻어먹고 수수께끼를 푸는데, 정승이 내는 수수께끼가 어제하고 똑같아.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 잎이 모두 몇 개나 되느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작은아들이 되받기를,

"그러면 대감 머리카락은 모두 몇 올이나 되겠습니까?" 하거든. 머리카락이 몇 올이나 되는지 세어 봤어야지. 정승이 할 말이 없어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작은아들 하는 말이,

"문 앞 느티나무는 제가 오늘 처음 본 것이지마는, 대감 머리카락은 대감께서 한평생 머리에 얹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한평생 머리에 얹고 다니는 머리카락 수도 모르는데 오늘 처음 본 나뭇잎 수를 어찌 알겠습니까?"하니, 정승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 이치에 딱 맞는 말인데 더 무슨 말을 해. 그래서 머슴 살던 형을 구해 가지고 집에 돌아왔대. 천덕꾸러기 동생이 똑똑한 형을 구했다는 이야기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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