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영 말을 안 듣고 억지만 부려요".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말을 안 듣는 자녀를 보면 부모의 속이 터진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속담처럼 아예 애가 없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올바르게 이끌어 바람직한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최근 대한부모교육학회(회장 최외선 영남대 교수) 주최로 영남대 경북테크노파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부모.자녀관계와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강연한 이소희 교수(숙명여대)의 발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의미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시너지를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십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사용함으로써 서로가 만족스러운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힘을 말한다.
배가 항해하는 과정에 비유한다면 부모는 선장인 리더(leader)이며, 자녀는 부모를 따르는 팔로우어(follower)인 것이다.
△상황적 지도 이론
자녀의 성숙 수준을 고려해 자녀를 지도한다.
여기서 성숙이란 자녀가 스스로 책임있는 행동을 할 자발성과 능력을 말한다.
이 성숙 수준은 자녀의 특정 행동, 즉 부모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는 특정 행동영역에 관해서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는 행동마다 성숙수준이 다르다.
집안일을 돕는데는 아주 성숙하지만 숙제하는 일에는 아주 무책임할 수도 있다.
△성숙 수준의 결정
효과적인 자녀 지도의 핵심은 자녀의 성숙 수준을 알아서 그에 적절한 지도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하는데 그 일을 할 능력도 없고 자발성도 없다면 '낮은 성숙수준'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나는 그 일에 관심도 없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그 일에는 서투른 것 같다"고 하는 경우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스스로 하려는 자발성은 있으나 능력은 없다면 '중하의 성숙수준'에 있는 것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자발성이 없다면 '중상의 성숙수준'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어떤 일을 할 능력도 있고 자발성도 있다면 '높은 성숙수준'에 있는 것.
△적절한 지도방법의 결정
자녀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의욕(동기, 자발성)과 능력이 부족한 '낮은 성숙수준'이라면 '지시적' 지도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때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 지적해줘야 한다.
외갓집에 가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아이가 "외갓집에 갈 때 새 옷을 입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 옷을 입으면 어색해요. 또 어떤 옷이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하면 부모는 "예쁜 옷을 입어야 한다.
네 옷을 모두 꺼내와 봐라. 내가 골라줄게" 하는 식이다.
자녀가 중하의 성숙수준일 때는 '설득적' 지도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이런 자녀는 그러한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때 부모가 도와주고 지시해 주면 대개 부모의 말을 따라온다.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외갓집에 갈 때 새 옷을 입겠지만, 사실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더구나 나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하는 것이 자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모는 "얘야. 외갓집에 갈 때 새 옷을 입어야 할 일이 있단다.
나도 네가 깔끔하게 보이면 좋겠다.
너의 외숙모가 옷매무새에 아주 민감하잖니? 새 옷을 가져와봐. 너의 외숙모도 예뻐하실 거야"하고 말한다.
자녀가 중상의 성숙수준이라면 '참여적' 지도방법이 좋다.
이러한 자녀는 일을 할 능력은 있지만 자발성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의 의견을 잘 들어서 자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발휘하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자녀-"외숙모가 옷에 신경을 많이 쓰시기 때문에 예쁘게 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는 알겠지만 전 별로 관심이 없네요. 어머니가 좀 가르쳐 주세요".
부모-"얘야! 외숙모가 깔끔한 차림을 좋아하잖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정장을 하면 참 멋있게 보일 것 같다.
좀 도와줄까?"
높은 성숙수준의 자녀에게는 '위임적' 지도방법이 가장 적절한다.
이러한 자녀에게는 부모가 할 일이 무엇인가만 알려주면 자녀 스스로가 계획하고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행동한다.
자녀-"외숙모가 옷차림에 민감하다는 걸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혼자서도 옷을 잘 골라 입을 수 있어요".
부모-"얘야! 오후 4시에 가야 하니 옷을 잘 차려입고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렴".
이 교수는 "부모와 자녀의 리더십은 상당한 정도의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며 "연구기관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