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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카' 저리가! '디카' 납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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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 페이퍼 거울 메모지 감시카메라….

마니아들이 활용하는 디카(=디지털카메라)의 다양한 용도. 디카가 어떻게 거울과 감시카메라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친구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짓궂은 짓을 할 때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다가 물증으로 쓸 수 도 있고, 식사를 끝낸 뒤 이 모습을 찍어 고춧가루가 어디에 끼여 있는지 알아낸 다음 이쑤시개로 간단히 제거하는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디카다.

마니아들에게 디카는 더이상 카메라가 아니라 생활이 된 것이다.

사실 올해는 우리나라가 디카천국에 오른 기념비적인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의 디카 비중은 15%. 75%를 필름카메라가 차지했었다.

그런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디카의 비중은 75%로 급증했다.

디카열풍 때문에 시장조사기관들은 곤욕을 치렀다

지난 해 43만대였던 국내 디카시장 규모를 올해 65만대로 예상했다가 4/4분기 들어서면서 다시 84만대로 수정했고, 이제 또 90만대로 높여 잡았다.

디카의 수요층이 20대에서 30, 40대로 확산되면서 디카는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점령해 버린 셈이다.

◇디카독립 가능할까=디카의 폭발적 증가 배경에는 인터넷과 무선통신 서비스가 잘 정비된 국내 IT(정보기술) 환경이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재주는 국내 IT환경이 부리고, 돈은 일본이 번 꼴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의 국내 디카시장 점유율은 34%(세계시장 4.5%). 일본 업체가 66%를 장악하고 있다.

올림푸스의 경우 해상도와 정밀도에서 경쟁업체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인기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한 광고로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온라인, 오프라인 통합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올림푸스 브랜드가 디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된 것이다.

디카의 핵심부품인 전하결합소자(CCD:charge coupled device)와 화상 구현칩 제조 기술 세계 정상인 소니는 자체 유통망만 갖고도 오프라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니콘과 캐논은 제품 성능과 품질이 뛰어난 광학 전문업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앞세워 전문가 그룹을 공략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도 비싼 편이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테크윈이 돋보인다.

지난 해 삼성테크윈,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종합기술원 고위 임원들이 모여 좥디지털 카메라 일류화 추진위원회좦를 결성하고, 올해 11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40만대 였던 디카 판매량을 2010년까지 1천500만대로 늘리겠다는 것.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 해 20위권에서 올해 5위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국내 디카 경쟁력은 엄청나게 취약하다.

국내 양대 가전회사인 LG전자는 아예 디카 생산기술이 전혀 없고, 삼성테그윈도 렌즈(독일 칼자이스), CCD(일본 소니) 등 핵심부품 대부분을 수입으로 조달해 기술자립도가 낮고 채산성도 떨어진다.

◇내게 맞는 디카 고르기=스냅샷이나 찌고 확대가 크게 필요하지 않는 경우 300만 화소짜리 포켓용 디카가 적당하다.

내년에 400만~600만 화소대 디카가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300만 화소대 모델의 가격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먼 거리 풍경을 주로 촬영하려면 고배율 줌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피고, 고배율 줌 카메라를 선택할 때는 손떨림 보정기능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사진촬영을 본격적인 취미로 갖기를 원한다면 주저없이 600만 화소짜리 디지털 일안 반사식(SLR:Single Lens Reflex)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LR 카메라는 뷰파인더로 보이는 화상과 사진에 나오는 화상이 동일하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대부분이고 수동 기능을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만원대 모델이 등장해 SLR 카메라를 선호하는 디카족이 늘고 있다.

업그레이드 하기 전에 디카 동호회에 가입해 다양한 의견을 미리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외국제품일 경우 정식 수입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내수용품(=개인이나 소규모 회사가 해외에서 사들여 와 파는 제품)은 국내에서 애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디카, 어디까지 발전할까=디카는 이미 휴대전화와 한 몸을 이루었다.

올해 4~6월 사이 휴대전화 판매량의 35%를 카메라폰이 차지했다.

다음 단계로는 완전 무선 디지털 카메라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산요는 벌써 사진을 찍어 인터넷존 내에서 곧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카메라의 원형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이 제품 역시 일종의 인공눈 역할을 한 카메라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좀 더 미래에는 인공눈에다 인공두뇌까지 함께 갖춘 디카의 등장이 기대된다.

똑똑한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를 탑재한 디카는 사진속의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뷰파인더에 보이는 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분류하고 기록해 두는 비서 노릇까지 기꺼이 맡아줄 것이다.

미국의 한 카메라 전문회사는 인체의 움직임이나 물체 추적같은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을 내장한 좥스마트 카메라좦 시스템 시연회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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