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구려 역사 찾기 운동' 새 불씨

"민족이라는 기원의 망상에서 탈피해 동아시아 관점에서 한국사 재구성이 필요하다"(김기봉 교수).

"유럽사와 동아시아사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른 만큼 왕조사와 민족문화사의 측면에서 국사를 기술하는 전통을 해체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한규철 공동회장).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에 국사학계가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에 대해 한 소장파 역사학자가 우려의 뜻을 표해, 이를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는 최근 교수신문에 기고한 '시대착오적 역사해석에서 탈피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구려 역사 찾기 운동'에 학계와 정치계가 가세해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이 과연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향인가 회의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민족이 형성되기 이전의 역사를 민족사의 관점에서 중국학계에 반격을 가하는 것은 결론 없는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가 일본사.중국사와 충돌하는 것은 한국사를 한민족의 역사로 보는 기존 한국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했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역사를 '국사'로 보는 민족주의 역사학의 해체이지, 그것의 강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민족을 코드로 해서 과거의 기억과 망각을 결정하는 역사서술이 고구려사를 고구려사 자체로 인식하는 것 대신에 역사주권 싸움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양의 고대와 중세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아닌 로마제국과 프랑크왕국이 있었던 것처럼 고구려의 역사무대는 오늘날의 용어로 동아시아"라고 지적하며 논리적으로 후대에 형성된 민족 개념으로 고구려사를 재단하는 것은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 관련 17개 학회가 연합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 한규철 공동회장은 "고구려사 문제를 분명히 하는 것을 국수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삼국사기에서는 분명히 고구려.백제.신라를' 우리'로 표기하고 있다"면서 "문화적으로도 온돌 등 고구려의 핵심적 전통을 이어받은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고구려연구회 서길수 회장 역시 "국사는 존재 그 자체"라고 주장하면서 "국사해체론은 서구식 근대 민족 개념을 한국사에 대입하다보니 생기는 오류"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구려사는 계속해서 면면히 내려온 민족적 전통위에 존재하며 중국과는 다른 것"이라면서 "국사해체론은 극단으로 갈 경우 상당히 위험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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