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KKO 허균열 사장, 권세홍 지휘자

'7세 이하는 관람을 제한합니다'. 연주회장 입구나 홍보용 인쇄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구다.

적어도 유아는 대부분의 연주회장에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국내 유일의 전문오케스트라인 '키즈 코리아 오케스트라'(KKO)는 이런 고민 속에 탄생됐다.

대구지역의 연주자 45명을 단원으로 두고 있는 KKO는 지난 3월 창단된 이래 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50차례나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KKO의 허균열(34) 단장은 "모처럼 큰맘 먹고 비싼 티켓을 사서 연주회장을 찾았다가 아이 때문에 입장 못하고 돌아가는 주부 관객들을 많이 봤다"며 "유아 및 어린이가 환영받는 연주단체를 만들기 위해 KKO를 창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KO의 연주회는 근엄함을 강요하는 여느 연주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리적으로야 무대가 객석보다 높지만 적어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둘의 높이는 같다.

단원들은 고깔모자를 쓰고 지휘자는 어릿광대 차림이다.

연주되는 곡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아이들과 부모를 무대에 올려 지휘봉을 맡기거나 노래를 시키는 풍경도 벌어진다.

어린 청중들은 눈을 반짝이며 클래식에 귀 기울이다가 아는 동요가 나오면 따라 부르고 춤을 춘다.

'어린이를 위한 성탄 축하 음악회'가 열린 22일 밤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KKO의 단원은 이날 모두 산타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5살배기 어린이가 지휘자로 출연해 '은종'을 연주하는 깜짝 이벤트로 공연은 시작됐다.

KKO의 권세홍(43.대구타악예술회장) 지휘자는 "떠들어도 되는 음악회인데 의외로 아이들이 조용하다"며 "자기들끼리 하는 말도 대부분 연주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KKO 지휘봉을 잡는데 재미를 붙인 듯했다.

"음악회의 특성상 곡들의 수준은 높지 않지만 아이들의 음악적 감수성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어 보람과 희망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KKO는 운영에서도 국내의 여느 오케스트라와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초대권을 전혀 배포하지 않고 포스터도 거의 붙이지 않지만 공연 때마다 입소문에 힘입어 80% 이상의 표가 팔린다고 한다.

허 단장은 "민간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 여건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키즈코리아오케스트라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적은 개런티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따라주는 단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공을 돌렸다.

권 지휘자는 "음악적 내용에 더욱 충실하고 새로운 이벤트를 창출해 청중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오케스트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n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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