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현행 소선거구제의 개혁방안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국회에서는 내년 4월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제도 개혁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선거구제 개혁논의를 보면 기존의 틀에서 조금도 못 벗어나고 기득권의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해서 심히 유감이다.

필자는 정치개혁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현행 소선거구 중심 선거구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선거구제는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한국적 현실에 비춰볼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원리 아래 특정지역의 집중된 지지가 과잉대표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재 한국의 시급한 해결과제인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어렵다.

둘째,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계급갈등이나 탈물질주의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균열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억제시킨다.

셋째, 국회의원들을 국가적 이익보다는 지역 서비스 활동에 치중하게 함으로써 전국적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이같은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들을 부분적으로만 해소시켜 줄뿐이며, 다시 새로운 문제점들을 제기한다.

즉 중대선거구제는 동일 정당출신의 후보들끼리 한 선거구에서 경쟁을 해야하므로 정당간의 정책대결보다 인물이나 연고 중심의 선거가 될 수밖에 없고, 각 후보는 개인적 선거조직을 만들어야 하므로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또한 유력 정치가에게 절대 유리한 제도이므로 세대교체를 어렵게 한다.

일본은 1993년의 선거제도 개혁으로 중선거구제를 폐지한 바 있다.

필자는 한국에 바람직한 선거제도로서 정당투표에 의한 전국적 단위의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다.

비례대표제의 적실성은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현행 소선거구제에 내포되어 있는 득표율과 의석율 사이의 비비례성이 해소됨으로써 그동안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배타적인 지지를 얻어 일당지배를 해오는 현상이 극복될 수 있다.

또 참신하고 다양한 정책 전문가를 국회에 쉽게 유입하게 하여 정치 토론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전면적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독일식의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를 혼합한 소위 소선거구 비례대표 겸용제(兼用制)를 제안한다.

이 제도의 특징은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제에 기반을 두면서도 지역구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후보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유지시킴으로써 국가적 이익과 지역적 이익의 조화로운 균형을 모색할 수 있다.

또 정당투표의 의석배분은 전국적인 득표율에 입각해 각 지역별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정당 지지의 지역적 편중을 시정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한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입후보할 수 있는 중복입후보제(重複立候補制)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 제도의 도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소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자가 비례대표에서 구제되는 것은 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현대의 대규모화하고 조직화된 정당체제에서는 선거때 유권자가 당의 총재 혹은 유력 인물과 그 당을 동일시하여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당을 대표하는 인물이 낙선한다면 그들을 보고 투표를 한 많은 유권자들의 의사는 실현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소선거구 후보자의 약 8할 정도가 중복입후보하며, 명부의 상위에는 각 당의 주요 후보가 자리를 잡는다.

독일 이외 일본에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식의 제도 도입이 어렵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비례대표로 뽑는 의원 수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 5대1 정도인데, 이를 1대1 수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중복입후보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책임정치의 실현 이외에도 지역구도를 완화시키고, 전국적인 인물을 육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점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하세헌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방미심위의 조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노조 간부들이 회사의 출입 관리 절차에 반발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현대차는 공...
충남 아산에서 한 50대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70차례 폭행을 가해 중상을 입히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되었다. 사건은 지난 5일 아산시...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1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군사·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가 미국의 공격에 대해 중대한 오판이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