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오려다 중국공안에 체포됐던 국군포로 전용일
(72)씨가 억류 41일만인 24일 오후 4시 18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반세기
를 훨씬 넘겨 그리운 고국의 땅을 밟았다.
전씨는 이날 오전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공항에서 중국민항 CA-143편으
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기상여건 등으로 예정보다 늦은 오후에 출발했다.
항공기 트랩에 내려선 전씨는 고국 땅을 밟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잠시 굳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두리번 거리기도 했으며, '한국에 온 느낌이 어떠하냐'는 취
재진의 질문에 "생을 두고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중국 공안에 억류된 이후 "반드시 한국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하
고 북한 생활에 대해서는 "그것을 어떻게 말로 다 하느냐"고 대답했다.
짙은 감색 점퍼에 감색 바지 차림의 전씨는 이날 중국에서 만났다는 최응희(67.
여)씨와 두 손을 꼭 잡은 채 입국장에 들어섰으며, 5∼6분 가량 대기하고 있던 취재
진들에게 간단한 입국 소감을 밝힌 뒤 관계 당국의 안내로 모처로 향했다.
이날 전씨의 입국으로 지난 94년 10월 조창호 소위의 입국 이후 지금까지 북한
을 탈출해 입국한 국군포로는 모두 34명이 됐다.
1953년 8월 6.25 전쟁때 실종된 그는 50여년만인 지난 6월 북한을 탈출,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대사관측이 국군포로라는 사실이 확인
이 안된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위조여권을 지닌 채 독자적으로 입국을 시도하
다 지난 달 13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탈북당시 전씨는 아들과 함께 나왔으나 입국 절차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도피
생활을 답답해 하던 아들은 옌지 밤거리를 배회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지난 8월말
강제 북송됐다.
체포된 전씨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투먼(圖們)의 한 수용소로 이송됐으나 그가
국군포로임이 확인되고 그의 북송을 제지해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일면서'제3의'
장소로 옮겨져 조사를 받았으며, 외교부 등 정부 당국은 전씨의 조기 송환을 위해
중국 정부와 숨가쁘게 물밑 접촉을 벌여 마침내 그의 입국을 성사시켰다.
전씨의 경우 여권위조 및 밀출·입국 등 중국법 위반혐의로 처벌이 불가피하지
만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중국 정부가 전씨에 대한 약식 사법처리에 동의해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입국하는 전씨는 국군포로대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 하사로 복
무한 것에 준하는 3억7천여만원 정도의 연금과 함께, 주거시설을 보장받게 될 것으
로 예상된다.
경북 영천 출신인 전씨는 고향과 대구에 누나 전연옥(78)씨등 3명의 형제를 두
고 있다.(영종도=연합뉴스)
사진 : 북한에서 탈출해 지난 11월 초 위조여권으로 귀국하려다 적발되어 중국에 억류중이던 국군포로 전용일씨가 부인과 함께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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