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는 중고등학교는 다른 시도보다 1주일 정도 늦은 오는 8일에 겨울방학을 시작해 2월 10일께 개학을 한다.
2월엔 3일만 나온 후 바로 봄방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방학이 더 싫고 서글픈 교사들이 있다.
바로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8일 계약이 일제히 만료되는 기간제 교사들이다.
2월에 등교하는 3일 정도만 어떻게 넘기면 된다는 심산인지, 2002년 여름방학부터 학교장 재량으로 보수를 지급하라고 내려오던 공문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대구만 지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였다.
일부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교육청의 지시 사항이라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과학과에 기간제 교사가 몰려있는 바람에 2월에 등교하는 3일 동안만 지금의 기간제 교사를 시간 강사로 채용하는 방법 등을 궁리하고 있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인 나도 두 달 가량의 느닷없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는 것이 너무 서럽다.
내가 담당한 4학급의 학생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책임감 있는 마무리 학습을 시키지 못하고 약삭빠른 눈치작전부터 학습시키는 것 같아 죄스럽다.
오는 2월 등교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계약직이어서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선생님이 계약직이면 겨울방학 숙제는 안 해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될 것이다.
행정 당국은 어영부영 3일만 때우면 남겨질 기간제 교사 한달 5일치의 봉급과 설날의 효경 휴가비만 눈앞에 어른거릴 뿐 그 뒤에 가려진 기간제 교사들의 축 늘어진 어깨는 보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이 담당한 학생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은 살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시책인 계약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기간제 교사의 상한선이 10호봉에서 14호봉으로 인상되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1천명에 가까운 대구의 기간제 교사들이 한꺼번에 실업 수당을 신청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손희주(인터넷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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