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글 '수출'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프랑스에서는 새해 벽두마다 '전국 받아쓰기 대회'를 연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 국영 3TV로 중계되며, 다음날 거의 모든 일간지에 모범 답안이 실린다.

중학교만 나오면 영어.프랑스어.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는 네덜란드도 모국어를 지키려는 노력은 대단하다고 한다

한 나라의 말과 글은 민족문화를 상징하고 국민의 사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사실 말과 글을 지키지 못했던 민족은 그 문화는 물론 나라마저 잃어버린 예가 수없이 많다.

일찍이 주시경 선생도 "말과 민족과의 관계는 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알아준다.

영국의 존 맨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 했다.

그는 "한국의 알파벳은 알파벳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고, 또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까지 격찬했지만, 그 예찬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후손과 세계에 알려야 할 소중한 이 문화유산을 스스로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부끄러워 질 때가 적지 않다.

▲동티모르의 언어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북대 김달웅 총장은 어제 "지난 10일 대구를 방문한 호세 라모스 홀타 동티모르 외무장관과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를 함께 연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동티모르에 는 토속어 '떼뚬'이 있지만 문자가 없어 한글로 표기하려는 시도로,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한글 수출의 길이 열린다.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의 속국이었다가 21세기 첫 독립국가가 된 동티모르는 공문서 등에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떼뚬' 표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동티모르 국립대학 이은택 교수가 이 점에 착안,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떼뚬을 표기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대가 이의 추진을 제안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와 함께 우선 동티모르 국립대학에 펜티엄급 컴퓨터 50대를 기증하고, 학생봉사활동단도 파견할 움직임이다.

▲동티모르 대통령 부인 커스티 구사마오 여사를 비롯한 외무장관 일행이 대구U대회 서포터스였던 '대구 달서사랑 시민모임' 등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대구에 들렀다가 이 프로젝트의 조인을 하게 된 셈이다.

로마식 영어로는 된소리가 많은 '떼뚬'을 표기하기 어려우므로 한글이 공식 문자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한글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사랑 받는 영어나 중국어와는 달리 언어 자체의 우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번 일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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