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감수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도 억울한데 노조활동을 했다고 한밤중에 불러내 폭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까".
15일 오전10시쯤 수성구청 앞. 영하의 날씨 속에 인력파견업체의 한 직원과 민주노총 소속원 등 20여명이 이 업체 사장 진모(35)씨의 엄벌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진씨는 노조활동을 벌인다는 이유로 이 업체소속 강사 고모(30.여)씨를 새벽에 불러내 폭행한 혐의로 수성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 업체는 유치원이나 학원 등과 계약을 맺고 바이올린 강사들을 파견, 교습을 시키고 보수를 주고 있었다.
17명 전원이 여성인 업체강사들은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당해야 했던 설움과 분노를 기자에게 쏟아냈다.
4대보험과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이 땅의 비정규직으로서의 당연한(?) 설움. 그러나 6년째 임금인상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속된 강사들의 요구에도 대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월 200~300여명의 어린이를 가르치고 경력에 따라 강사들이 받는 월급은 70만~120만원 가량. 교습학생수 초과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은 1년에 두 차례 '보너스'라는 명목으로 주어졌고 유치원과 학교사정으로 수업이 취소되면 '일당'은 물론 교통비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면 의무기간 1년을 채워야 했고, 퇴직시 2년 동안은 동종 업종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근로계약서까지 썼다는 것.
강사들은 이같은 대우를 참지 못하고 회사측에 여러 차례 개선을 건의했다가 답을 듣지 못하자 민주노총 산하에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 이날 새벽 폭행을 당한 고씨는 노조 지회장이었다.
시위현장에서 만난 한 여강사는 "여태껏 시간 끌기로 대응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력을 휘두른 사용자 앞에서 비참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삭이지 못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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