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 철새, 갈수록 줄어든다

철새 보금자리인 습지가 개발 사업 등으로 훼손되면서 대구.경북지역을 찾는 철새가 갈수록 줄어들고, 일부 지역은 철새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가금류 콜레라 등 전염성 질병에 감염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팀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구미 해평습지가 지난해 34종 8천50여마리에서 올 겨울 44종 7천700여마리로 개체수가 줄었으며, 형산강 인근 습지는 개체수가 비슷하지만 철새 종류는 지난해 41종에서 33종으로 감소했고 가창 오리도 예년의 5만~6만 마리에서 2만~3만 마리로 줄었다는 것.

박 교수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흑두루미 수백마리가 찾아오던 달성습지의 경우 인근에 성서공단, 삼성자동차공장, 대단지 아파트와 고압철탑까지 들어서면서 더 이상 흑두루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며 "습지의 규모 역시 과거의 절반도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습지보존연대 이상원 위원장도 "해평습지도 10월 중순이면 철새가 왔는데 이제는 11월 중순으로 한 달 가량 늦어졌다"면서 "주요 습지를 조수보호구역으로 설정하거나 무분별한 개발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창희 박사는 "현재 낙동강변 해평습지에 집단적으로 철새가 몰리고 있으나, 2년전 가창 오리 집단폐사때처럼 가금류 콜레라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지자체가 먹이를 여러 습지에 정기적으로 나눠줘 철새들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조인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구미 해평습지를 비롯해 화원 달성습지, 영천 황정일대, 안심습지, 경북 형산강 인근 딱실못 등이 주요 철새도래지로 꼽히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겨울철새 종(種)의 수, 개체 수, 이동경로 등 도래현황 파악을 위한 '2004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를 1월31일~2월2일 실시한다.

조사 대상지역은 겨울철새가 많이 도래하는 전국의 해안, 호수, 저수지, 평야 등 118개 지점이며 대구는 △달성군 화원(도흥리~부리) △금호강 지점, 경북은 △안동시 안동호, 임하호 △구미시 해평습지 △포항시 형산강(형산교~제1강동교), 안계저수지 등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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