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 해법을 논의할 제2차 6자회담을 2월말에 개최하기 위한 협의가 한.미.일간에 진행중이다.
북한은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하여 안감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 제1차회담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던 제2차회담이 과연 개최되어 북한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6자회담,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속셈은 무엇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핵개발의 문제 당사자인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하면서 한편으로는 협상의 몸값을 올리기 위하여 핵개발 진행과정을 단계마다 중계방송이나 하듯이 발표를 하였다.
그래도 미국의 반응이 없자 지난 12월 북한은 미국의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국가정책센터(CNP)에 북핵관련 입장을 담은 문서를 보내어 미국이 동시 일괄 타결안을 전면 접수한다면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핵 완전 철폐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북한은 핵무기 전문가를 포함한 미국의 민간대표단을 북한에 초청하여 핵개발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기까지 하였다.
이 정도로 핵무기 개발이 진전되었는데도 협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북한은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걸어놓고 있는 테러지원국 멍에와 경제봉쇄에서 풀려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미국이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어 애가 타는 중이다.
그런데 원하는 대가만 준다면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미국은 오히려 더 느긋해졌다.
북핵문제는 언제든 필요할 때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북한핵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핵개발 자체는 억지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동시에 북한핵문제를 매개로 남한과 중국, 일본 등의 주변국가들을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지배전략에 활용도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일본에 대해서는 북한핵문제를 빌미로 일본을 미국의 MD계획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에 일본은 미국의 MD계획에 참여를 공식 결정하고 1천억엔의 예산까지 배정하였다.
남한에 대해서는 북한핵을 볼모로 주한미군 주둔과 주둔비와 기타 외교사안에 대하여 유리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도록 종용하는 명분으로 활용하며 북한핵개발을 방치하면 미국은 대만의 핵무장을 방치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유일초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이 전투기에 휘발유 넣을 돈도 없는 북한을 상대로 '힘겨운 게임'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주변국들을 6자회담의 틀속에 끌어들인 것은 북한 핵문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시간벌기와 비용분담 그리고 북한과 직접 상대하지 않고 다자틀에서 핵문제를 해결하여 북한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핵문제 해결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의 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셉 바이든(Joseph Biden) 의원은 지난 1월 29일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군축협회 회의 연설에서 부시행정부의 대북협상 태도를 '위험한 지연전술'(dangerous delay)이라고 비판하면서 진지한 대북협상을 촉구하였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교수와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차관보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힌바 있듯이 부시행정부는 북한 핵개발 사실을 시의적절하게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진전에 제어카드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6자회담이 개최될 시기는 북한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언하면서 6자회담을 개최할 의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시행정부가 다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1차 6자회담에 참여한 중국 대표가 진짜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협상태도라고 비난한 적이 있으며, 일본과 한국도 조속히 6자회담을 개최하여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더 크다.
이때문에 미 의회 조사국 래니 닉시가 지적한 대로 6자회담은 미국이 수세에 몰리는 형국으로 진전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이라크 문제와 더불어 대외관계에서 실패한 책임을 추궁당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핵문제를 미국의 국익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부시정권의 선거를 위해서 협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북한도 이 기회에 벼랑끝전술을 지속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최선보다는 차선이라도 선택하여 먼저 핵개발 폐기를 선언하는 쪽이 나을 것이다.
더 이상 핵문제에 볼모로 잡혀서 경제난 해결의 시간을 소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