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산불진화에서 빛난 시민정신

지난 1일 0시 40분경 팔공산 갓바위 바로 아래의 등산로 근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했다.

밤 늦은 시각이라 등산객이 뜸했으나 깜깜한 산속에서의 불길은 곧바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되었고 휴대전화를 통해 119에 신속한 신고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야간에는 소방헬기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산불진화반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대답이었다.

그 사이 불길은 점점 번져가고 있었고 산불 현장 주변에는 몇몇의 등산객이 모여들었으나 산불의 확산을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이때 현장에 모인 등산객 중 한 분이 "화재 진압반이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데 번져가는 산불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 모여있는 건강한 사람만이라도 불길을 막아봅시다"하며 산불현장으로 앞장을 섰다.

불길을 향해 앞장서는 그분을 보고 주변에 있던 나를 포함한 두세명이 그분을 따라 비탈진 산불 현장으로 접근했다.

화재 진압 장비가 전무상한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으로 흙을 퍼서 불길을 덮고 나뭇가지를 꺾어 두드리고 신발로 불을 밟는 것이 전부였다.

몇 명이 이렇게 앞장을 서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등산객 몇 명이 더 진화 대열에 합류했고 진화 20여분만에 시민의 힘으로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날 산불이 큰 불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시민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산불진화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랑스런 시민정신을 보여주었고 진정한 팔공산 주인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산불 진압에 맨 먼저 앞장서신 그 분에게는 진심어린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박기덕(인터넷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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