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도서관 의원열람실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집무실과도 같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당무에 대해 고심하는가 하면 가끔씩 결재장소로 애용한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 장소로는 이미 단골이 된 지 오래다.
이는 조 대표의 남다른 독서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국회 등원 이후 거의 매일 국회도서관을 찾았다.
국회의원 회관과 국회도서관에 의원전용 열람실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찾는 의원들이 없는데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 동료의원들의 도서관 이용을 독촉하기도 했다.
평소 절친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나도 책이라면 일가견이 있지만 얼굴만 마주치면 도서관 동행을 요구하는 바람에 곤란할 때가 있다"며 난색을 표할 정도다.
그럴 때마다 조 대표는 "국민이 책 읽으라고 만들어 준 곳인데 마땅히 이용해야 하지 않느냐. 지루하다면 당신이 쓴 책이라도 읽으면 될 거 아니냐고 회유했다"고 한다.
한번은 도서관 5층에 마련된 국회의원 전용 열람실이 일반인도서실 확장으로 인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그 당시 조 대표는 "비좁고 창문도 없는 곳으로 이전하면 안그래도 이용률이 낮은 의원열람실을 누가 찾겠냐"며 "의원들의 독서율을 높이고 17대 등원할 새내기 의원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옮겨서는 안된다"고 반대해 무산시켰다.
도서관 정문 앞의 흡연실 설치 문제도 제동을 걸었다.
공공기관이 금연구역인데 책 읽는 곳에 담배피우는 곳부터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너무 사소한 지적 아니냐'는 주변의 충고를 뿌리치고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의견서를 끝내 국회에 제출했다.
도서관에 쏟는 애착은 이뿐 아니다.
도서관에 새로운 시설물이 생기면 바로 다음날 반드시 찾아가 첫번째 이용자가 돼야 직성이 풀린다.
이 때문에 조 대표는 다른 의원들은 있는 줄도 모르는 부대 시설들에 대해 '독도자료실 왼쪽 구석 자료는 어떻고, 멀티미디어실의 영화는 화질이 어떻다'는 등 꿰뚫고 있다.
"사람 잘 사귀고 부탁 잘 해야 정치인인데 나는 천성이 그렇지 못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질 않는다.
책이 나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라는 조 대표의 평소 말에서도 그의 남다른 책사랑이 배어난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