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때의 일이다.
캐나다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다.
비행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마음이 조급했다.
헐레벌떡 공항에 도착하자 9.11 테러 이후 까다로워진 출국 심사 탓에 짐이며 몸이며 수색을 3번이나 받아야 했다.
그런데 비행기에 오르려는 찰나 수색대에서 점퍼를 빠뜨린 걸 발견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바로 이륙해야 하는 시간이라 다시 찾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1주 후, 무사히 캐나다를 여행하고 다시 뉴욕을 찾았을 때 마침 점퍼 생각이 나서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했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3군데나 들러 결국 분실물 센터를 찾았고 옷을 찾으러 왔다고하니 엄청난 덩치의 흑인 여직원이 들어와보라고 했다.
캐비닛이 여러개 있었고 그 중 한 캐비닛을 열며 내 점퍼를 찾아보라고 했다.
곧바로 내 점퍼를 알아보고 좋아 어쩔줄 몰라하며 그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해댔다.
그런데 갑자기 이 여자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게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비행기를 탔던 날짜랑 내 옷에 붙어있는 분실물 신고 날짜가 6일이나 차이가 나는 까닭에 이 여자는 내가 옷 주인이 맞나 의심을 하는 거였다.
이국땅에까지 와서 내 점퍼를 눈앞에 두고 갈 순 없다는 의지에 불탄 나로서는 흥분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막 떠들기 시작했다.
"난 분명 이날 비행기를 타다 급히 짐 수색하느라 점퍼를 잃어버린거고 이 점퍼가 여기 등록된 날과 내가 비행기를 탄 날짜가 맞지 않는 건 내 책임이 아니라 항공사 책임이다!"라고 단호하게.
그 직원이 상사에게 가서 내 얘기를 하는 듯했다.
난 상사인 남자직원에게 똑같은 말을 했고 내 것이 맞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이 점퍼를 내가 오늘 가져간 후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큰소리를 쳐댔다.
잠시후 그 남자 직원은 내가 상상치 못한 질문을 건넸다.
"이 점퍼 브랜드가 뭐냐?"고. 엉뚱한 질문에 난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곤 바로 대답했다.
한국의 이름없는 시장표 옷이라고! 그러자 남자는 점퍼의 주머니를 뒤졌고 난 다시 말을 이었다.
"봐, 점퍼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어. 내 것이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지". 그 남자 직원은 끝내 웃었고 결국 옷을 내주었다.
내 전화번호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여권번호만 적어놓고 가란다.
하하핫~. 드디어 내 소중한 물건을 다시 찾았다.
분실물 센터에 갔을때 무척 놀랐던 건 정말 비싸고 좋아 보이는 옷들이 엄청 많이 걸려 있었다는 것. 대부분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외국여행 중에 공항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꼭 분실물 센터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러면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조은정(여행칼럼니스트.http://blog.hanafos.com/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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