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저자 안톤 슈낙은 "3월에는 야호! 하고 물구나무를 서보라"거나 "날개 달린 봄의 요정을 맞이하라"며 3월이 몰고 온 환희를 맘껏 즐기라고 속삭인다.
어느덧 새 봄이다.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의 손길에 죽은 듯 침묵하던 대지는 아연 생기가 돌고, 땅에 뿌리박은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벌써 남국 제주에는 왕벚꽃이 화들짝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화신이 들려온다.
도회지 작은 꽃가게들 앞의 쥬리안이며 팬지 같은 오종종한 봄꽃모종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행인들에게 윙크를 보내고 있다.
이제 곧 산마다 생강꽃과 산수유가 노란 물감을 푼 듯 점점이 피어날테고 개나리.진달래.벚꽃들은 언제나처럼 우리 모두에게 줄줄이 봄편지를 보내오겠지. 그 어떤 계절과도 다른 펄떡이는 생기를 안겨주는 계절, 봄. 그러기에 '봄 같은 기쁨'이라는 시구는 봄의 이미지를 가장 근사하게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른 봄 잔설을 뚫고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복수초(福壽草)처럼 봄은 희망의 전령사이다.
최근 어느 기업체에서 휴대전화문자메시지로 해고 통고를 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얼굴을 마주한채 해고 통고를 안해도 되는 장점 때문이라지만 아무래도 매정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누군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삶의 의욕을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해질까 두렵다.
프랑스 혁명시대의 귀족이자 이른바 '생(生)철학'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철학자 메느 드 비랑(Maine De Biran)은 '의욕'이야 말로 인간 존재의 근본이 돼야 한다며,"나는 의욕적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역설했었는데…. 이 봄의 생기가 삶의 의욕을 잃은 자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를 소망해 본다.
며칠간 영락없이 포근한 봄날이더니 아니나다를까 꽃샘추위가 들이닥쳤다.
꽃샘바람에 떨어본 뒤라야만 봄꽃은 더욱 화사해지기 때문이리라. "나는 고통을 통해 성장했다"던 틱낫한 스님처럼 고통의 심연을 헤쳐나온 사람이 더욱 아름다운 것도 그런 세상이치 때문일 것이다.
전경옥 편집부국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