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고이즈미 비판' 의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정치권과 외교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일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의 정치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원고에 한일과거사와 관련해서는 "일제 식민지 역사와 관련해 자리매김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 역사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 바로잡아 나가도록 하겠다"는 표현만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작심한 듯 "일본에 대해 한마디 충고해야 할 말이 있다"며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방문때, 일본국회가 유사법제를 통과시키는 등 자극했을 때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왔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면비판에 나선 것은 최근 일본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의 잇단 보수우익적 행보에 대한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 내 고위관계자들의 잇단 독도발언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의지 등과 관련, 과거사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도 어렵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름대로 정치외교적 득실을 고려한 듯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한일관계는 물론 당면한 총선정국 등도 계산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에서 작성한 기념사 원고에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날 오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메모를 토대로 원고없이 연설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다분히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나라당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중국은 정부 대변인이 명확하게 고이즈미 총리를 얘기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를 두루뭉술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반일감정에 편승해 총선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발상"으로 해석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