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배'를 지은 시인으로 올해 탄생 100
주년을 맞은 용아(龍兒) 박용철(朴龍喆. 1904-1938)의 육필원고가 사후 66년만에 대
량으로 공개됐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봄호는 '박용철 탄생 100주년 기념특집'을 통해 박용
철의 창작시 '고향'의 개작과정, 번역을 시도한 T.S 엘리엇의 '프루프록 연가' 등
다수의 미완성 번역시, 김영랑이 박용철에게 보낸 편지형식의 산문시 등의 육필원고
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들은 1940년 발간된 「박용철 전집」(전2권. 동광당서점 刊)에 수록되
지 않은 것으로, 번역시를 포함한 시작품이 80여편, 평론과 수상류의 글이 6점, 20
여편의 서간문 등이다. 자료에는 창작을 모색한 기록 등 노트 12권도 있다.
공개된 자료 가운데는 박용철이 누이에게 보낸 편지글의 중간에 들어 있는 베르
렌느의 시 '가을'의 번역원고, 아내 임정희 여사에게 보낸 편지, 김기림이 박용철에
게 보낸 편지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김영랑이 박용철에게 보낸 편지는 산문형태의 시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문학평론가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랑은 이 작품 이전에 산
문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를 전혀 쓰지 않았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 글은 영랑의
시에 또 하나의 목록이 불어났음을 뜻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서정소곡을 즐겨 쓴 그
가 이때부터 산문형식의 시도 쓰려고 시도했음을 이 작품은 말해준다"고 의미를 부
여했다.
김 교수는 "박용철은 1930년대초 순수시전문지 「시문학」을 비롯해 「문예월간
」「문학」「극예술」 등을 발행함으로써 한국문단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면서 "그
가 남긴 원고의 일부는 연필로 쓴 것들인데, 이는 병상에 누워 잉크 펜으로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천장쪽에 원고지와 노트를 매어달고 목숨을 담보로 글을 썼기 때문"이
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용철의 장남 김종달(72) 전 결핵협회 부회장이 제공한 육필원고 가운데
미발표 희곡 「말 안 하는 시악시」 「석양」 등 두 편은 계간 「시로 여는 세상」
여름호에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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