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정치가 없다면…'.
시민들은 암담해 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두갈래로 나뉘어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이 단초가 된 투신자살, 분신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국회 본관앞으로 차량을 돌진시켜 불을 지르는 일도 생겼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이제는 '정치 혐오'를 넘어 '암담함' 그 자체다.
지난 대선 이후 '탄핵 정국'을 계기로 또다시 촉발된 첨예한 범국민적 갈등, 세계 경제의 호황 속에서도 불황의 오랜 골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경제가 맞물려 국가발전은커녕 'IMF와 같은 여의도발(發) 사회적 혼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마저 갖고 있다.
이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탄핵 정국'이 어떤 식으로든 조속히 매듭되고, 모두 제자리를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전 국민의 시선은 정치권으로 향해야 했다.
야당의 탄핵에 맞서 11일 오전 '총선 연계 진퇴 결정'이라는 대통령의 대국민 회견에 이어, 오후에는 탄핵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국회내 극한 대치 상황이 TV 등을 통해 생중계 된 탓이다.
특히 대통령이 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실명을 들어 대우건설 남상국 전 사장의 로비문제를 거론한 직후 남 사장의 한강투신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오후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중이던 50대 노사모 회원의 분신 자살 시도, 이튿날 새벽에는 국회 본관앞의 차량 돌진 및 방화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어야 했다.
언론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연일 '대통령 탄핵안 여부'와 '대통령의 총선 연계 진퇴론' 등에 대한 여론조사에 나서 나라 전체가 정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대부분 시민들의 가슴은 한국 사회에 대한 암울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태경 대구 서문시장 번영회장은 "한마디로 서민들은 살 맛이 안나고, 며칠째 시장 상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정치 이야기로 어수선하다"고 했다.
또 회사원 최은영(34.여)씨는 "국민을 볼모로 한 소모적인 정쟁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국가 전체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자영업을 하는 곽태인(54)씨도 "세계 경제가 대호황에 접어들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경기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신물나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탄핵 문제를 빨리 마무리하고, 경제회생과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로 제발 돌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4년은 정확히 120년 전 갑신정변이 일어났던 '갑신년'의 해다.
당시 개화파의 보수파의 극한 정쟁은 결국 외세 개입,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전국민을 궁지로 몰아넣는 뼈아픈 계기가 됐다.
또 다시 찾아온 갑신년의 3월. 암담해하는 많은 시민들은 어떻게든 '혼란'이 사라진, '안정'을 원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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