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화, 프레임 넓혀 TV행...스크린행

독특한 소재와 자유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국산 만화들이 잇달아 영상화된다.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올드보이'의 성공 이후 만화는 소재의 빈곤에 허덕이는 국내 제작사들에게 흥행을 보장하는 아이디어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인기 만화를 드라마나 영화화 하거나 판권을 사들이기 위한 제작사들의 발빠른 행보도 눈에 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영화.드라마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기 만화들을 살펴봤다.

◇만화의 브라운관 나들이

90년대 최고의 순정만화 중 하나로 꼽히는 원수연의 '풀하우스'는 오는 7월 방송을 목표로 제작 준비에 한창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그림과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큰 인기를 모은 이 작품은 한국계 여주인공 '엘리 지'와 영국 제일의 인기배우 '라이더 베이'의 사랑 이야기. 김종학 프로덕션이 제작하고 톱 탤런트 송혜교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됐다.

연출은 '거짓말', '푸른 안개' 등을 만들었던 표민수 PD가, 대본은 인터넷소설 '옥탑방 고양이'의 극본을 쓴 민효정 작가가 맡을 예정.

지난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과 신인상을 거머쥔 박소희의 '궁'은 최근 제작사 에이트픽스와 드라마, 영화 판권계약을 맺었다.

'궁'은 해방 이후 한반도가 분단되지 않고 조선왕조가 그대로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펼쳐지는 이색 순정 만화. 정략 결혼한 세자와 세자빈이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특히 드라마적인 구조가 뛰어나 드라마와 영화제작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30일쯤 중국에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는 24부작 한.중 합작 드라마 '비천무'(에이트픽스 제작)는 김혜린의 동명 만화가 원작. 영화배우 주진모가 남자 주인공인 검객 진하 역으로, 가수 박지윤이 여주인공 설리 역으로 출연한다.

'비천무'는 중국 원나라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검객들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 지난 2000년에는 김희선과 신현준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스크린도 만화 원작 열풍

전설적 무술인 최배달이 오는 7월 스크린에서 다시 태어난다.

현재 일본에서 촬영 중인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는 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최영의) 인생 역정을 그린 영화. 연기파 배우 양동근과 일본 여배우 히라야마 아야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1989년부터 93년까지 연재된 방학기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무패의 신화 뒤에 가려졌던 최배달의 인간적 고뇌와 공포, 좌절까지 강렬한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인터넷 연재만화 강풀(강도영)의 '순정만화'는 렛츠필름과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

'순정만화'는 서른살 노총각과 여고생, 20대 여성과 고교생 등 순수한 마음을 지닌 연인들의 사랑을 담아낸 작품. 배경이 겨울이어서 올 겨울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렛츠필름 관계자는 "나이와 직업이 전혀 다른 독특한 커플이 너무나 보편적인 사랑을 하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1987년 발표된 이현세의 '사자(死者)여 새벽을 노래하라'와 강경옥의 만화 '두 사람이다'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각각 눈 엔터테인먼트와 LJ필름이 오래전부터 판권을 확보한 상태. '사자여…'는 태평양 전쟁 당시 버마 전선에 투입된 한.일 청년들의 민족애와 우정을 그린 만화. '두 사람이다'는 대대로 살인을 저지르도록 저주 받은 집안에서 자란 여고생이 이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국내 만화에서 보기 드문 미스터리 스릴러다.

◇만화 원작의 매력

이처럼 인기 만화가 원작으로 사랑받는 이유로 만화는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 드라마.영화와 유사해 화면으로 옮기기 쉽고, 대중들로부터 검증받은 인기 만화의 경우 독자들의 관심이 그대로 드라마.영화에 이어진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만화계는 이 같은 흐름이 깊은 불황에 허덕이는 만화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원씨아이 OSMU 사업부 오태엽 차장은 "특히 순정 만화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훌륭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만화의 다양한 활용은 침체된 만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궁'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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