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과 방송사, 경선토론 놓고 갈등

한나라당이 대표경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토론 중계를 방송사에 요청했으나 방송사들이 불가 방침을 정해 '탄핵 편파보도' 시비에 이어 한나라당과 방송사가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MBC 보도제작국 관계자는 18일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의 후보들만 출연하는 토론회를 내보낼 경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계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 후보자들에 대한 중계방송 여부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재량으로 선거법에 저촉받지 않으며 다만 중계방송 과정에서 불공정 여부 판단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사항이라는 게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지만 토론 내용이 일방적으로 흐를 수 있어 중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도 같은 이유로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 토론을 중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SBS 보도제작국 관계자는 "토론회 개최가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방송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는 당초 22일 오전 토론중계를 예정했으나 KBS.MBC 등이 내부적으로 불가 방침을 정하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이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 토론 중계 요청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에는 열린우리당이 TV토론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제동을 거는 등 정치권에서 이미 토론 중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17일 "방송사는 후보자들의 대담이나 토론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선거에 나갈 한나라당 후보 다섯 명에게 토론 기회를 준다면 우리당 후보 다섯 명에 대해서도 동일한 시간과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대표 경선이 통상적인 당 행사로 총선과 무관하다며 다 른 당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TV생중계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선거와 무관하게 치러지는 야당의 전대마저 못치르 게 방해하는 것은 남의 집 잔칫상에 재 뿌리는 심보"라며 "불과 두 달 전 당의장 경선을 한답시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TV토론을 한 열린우리당이 무슨 염치로 생중계는 안 된다고 하느냐"고 주장했다.

여기에 MBC와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100분 토론' 형식의 '탄핵정국 특집 토론-여야 대표에게 듣는다'가 최 대표의 불참으로 취소된 것을 두고 불편함을 더하고 있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트'를 통해 최 대표의 불참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취지의 비판보도를 내보냈다.

한나라당은 "당대표 사퇴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어 이날 프로그램 출현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요지의 입장을 MBC 측에 전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이날 열린 상임운영위원회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MBC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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