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쌀 나오는 구멍

옛날 옛적, 깊은 산골 조그마한 절에 어떤 스님이 혼자 살았어. 이 스님은 날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불경 공부를 했지. 그런데,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지으려고 보니 쌀독에 쌀이 한 알도 없지 뭐야.

'이크, 쌀이 다 떨어졌군'.

스님은 할 수 없이 풀뿌리라도 캐어 먹으려고 절 뒤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어. 한참 올라가다 보니 저만치 바위 아래에 뭔가 하얀 것이 있더래. '저게 뭘까' 하고 가까이 가 보니, 바위에 난 조그마한 구멍에 쌀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거야. 처음에는 헛것을 본 게 아닐까 했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틀림없는 쌀이더래.

'이상하다.

이 산 속에 누가 쌀을 갖다 놓았을까?'

스님은 이상하게 여기면서 그 쌀을 가지고 가서 밥을 지어 먹었어. 밥을 먹고 나서 또 부지런히 공부를 했지. 이렇게 한 사흘 지내다 보니 또 쌀이 떨어져서, 나무껍질이라도 벗겨 먹으려고 또 산으로 올라갔어. 그런데 그 바위구멍에 갔더니 웬걸, 또 쌀이 소복하게 쌓여 있지 뭐야.

스님은 또 그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었어. 그리고, 그 뒤로는 언제든지 쌀이 떨어지기만 하면 뒷산 바위구멍으로 갔지. 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쌀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니까 말이야.

'이건 틀림없이 부처님이 내려 주신 선물인 게지'.

스님은 이렇게 생각하고 전보다 더 부지런히 공부를 했어.

그런데, 얼마 뒤 이 절에 다른 스님 한 사람이 불경 공부를 하러 왔어. 그런데 이 스님은 공부하는 것은 뒷전이고, 그저 날마다 먹을 것이 모자란다고 투덜거리는 게 일이야.

"이렇게 배가 고파서야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담".

새로 온 스님이 늘 배가 고프다고 불평하니까, 주인 스님은 전보다 더 자주 쌀 나오는 구멍에 가서 쌀을 얻어 와야 했어.

그런데, 새로 온 스님은 새벽마다 주인 스님이 슬그머니 나가서 쌀을 한 됫박씩 가져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 절 안에는 도대체 쌀을 넣어 둔 곳간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하루는 주인 스님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 봤지. 그랬더니, 글쎄 주인 스님이 뒷산 바위구멍에서 쌀을 가져오거든.

'옳거니. 저 구멍이 쌀 나오는 구멍이로군'.

그 날 밤, 새로 온 스님은 혼자서 몰래 뒷산에 올라갔어. 바위구멍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쌀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데,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만 욕심이 버쩍 나거든.

'이 구멍 속에는 쌀이 한도 끝도 없이 들어 있겠군. 아예 이곳을 파서 쌀을 다 꺼내면 큰 부자가 되겠구나'.

욕심쟁이 스님은 곡괭이를 가져다가 바위를 깨뜨리고 그 구멍을 파헤쳤어. 그런데, 아무리 파 들어가도 쌀은 한 알도 나오지 않더래. 그래도 자꾸 자꾸 파니까 나중에는 흙탕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면서 그만 구멍이 메워져버리더래. 그리고 그 다음부터 그곳에서 다시는 쌀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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