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풍(彈風)' 이냐, '박풍(朴風)' 이냐. 4.
15 총선을 10일 앞둔 영남권 유권자의 표심이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탄핵 바람'을 타고 치솟던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박근혜 바람'을 만나면서 영남에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박풍'의 진원지
인 대구.경북(TK)에 이어 부산.경남(PK)에서도 한나라당으로의 회귀 민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더해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도 한나라당 지
지 성향이 높은 노.장년층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 20.30대 젊은층
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충성도'는 큰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부패정치 청산
및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원위치'로 되돌아가려는 탄성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부산.경남 = 지난 3일 부산역 앞에서 만난 한 40대 회사원은 "이번 총선에서
거대 야당을 심판해야 하는 것인지,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오만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열린우
리당의 주장과 탄핵정국 하에서 200석 이상을 획득해 '오만해 질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 사이에서 나온 고민이다.
탄핵정국 이후의 열린우리당을 향한 쏠림현상이 주춤해졌다는 반증이다. 대신
한나라당에 대한 전통적인 지지가 되살아 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거여(
巨與) 견제론'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250석 가까운 사상 초유의 거대 여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당의 거여 견제론이 먹혀들면서 부산의 밑바닥 민심을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
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정 의장의 '실언'이 겹쳐지면서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분석하며 반색하고 있으며,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에 따라 긴장하는 기색
이 역력했다.
우리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거여 견제론이 먹혀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지역 표심에 너무 큰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표가 마산 어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60대 할머니가 유세
차에 올라가 "60,70대 노인네들이 표를 몰아줄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고 목청을
높이는 등 경남에서도 바닥 민심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에서도 해볼만하다는 분위기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초 전통적인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인식돼온 경남은 박 대표 방문 직전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이 도내 17개 선거구 가운데 1-2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우세'
또는 '접전 우세'를 보일 만큼 탄핵 순풍을 타고 있었다.
◇대구.경북 = '한나라당의 본거지'인 TK지역은 탄핵사태로 열린우리당의 인기
가 한때 50%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지역출신인 박 대표가 한나라당호(號)를 이끌고
대구를 한차례 방문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에 치열한 접전구도가 형성됐다.
TK는 대구의 전통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 지난 2일 박 대표가 모습을 나타내
자 당장 1천여명의 지지자가 몰려들어 환호할 만큼 '박근혜 효과'가 뚜렷한 지역이
다.
박 대표의 거여 견제론이 차츰 탄력을 받기 시작하고 정동영 의장의 노년층 비
하 발언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한나라당의 뚜렷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
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대구 달성공단 근로자 김모(32)씨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에는 거대 야당을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지지도를 얻
고 있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서 젖소 50마리를 키우는 김모(42)씨는 "지역 영농모임에 나가보니
탄핵직후 한나라당 지지자 10명중 9명이 열린우리당 지지로 돌아섰으나 박대표 체제
출범과 노년층 비하발언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으로 간 9명 중 7-8명은 한나라당 지지
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40%대 지지율의 고공 행진을 구가하는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쉽사
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을 뿐더러 20.30대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회귀'에 대한 거부
목소리도 높아 총선전의 향배를 예단하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구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은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시민들이 야당의 폭
거를 비판하는 등 대구.경북 민심이 과거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구미 새한미디어에 근무하는 김모(32)씨는 "부패하고 구태를 답습하는 낡은 정
치문화를 개혁하기 위해선 지역정당이 사라져야 한다"며 "한나라당도 전국정당이 되
기위해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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